세대간 소통

청소년 특집 | 머무름(MANATILI, 타갈로그어) :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요한 1,38)

松竹/김철이 2025. 6. 5. 10:15

머무름(MANATILI, 타갈로그어) :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요한 1,38)

 

 

금호동 본당 청소년 주일학교에서는 2027서울세계 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작년 8월 필리핀에 봉 사 및 선교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로 처 음 준비해 보는 해외 선교인지라 걱정과 두려움이 앞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무름’이라는 주제로 “라 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씩씩 하게 예수님을 찾아 떠났던 우리의 지난여름 이야기 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희는 세 곳에서 봉사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째 날에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서 설립한 ‘사랑의 선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저희가 필리핀에 도착하기 전, 엄청난 폭우로 대부분의 건물이 물에 잠겼고 흙과 빗물 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청소가 필요했습니다. 장애 아 동과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며 그들이 갈아입은 옷가 지와 수건을 빠는 일도 우리가 할 일이었습니다. 무더 운 날씨로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그 땀은 흙으로 얼 룩진 건물도, 더러운 빨래도 모두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 날에는 ‘말라떼성당’을 방문했습 니다. 성당 구역장님과 함께 본당 관할 구역의 집과 주 변 이웃들의 생활을 둘러봤습니다. 하루 한 끼도 제대 로 먹기 힘든 아이들을 위하여 식사도 준비하여 나누 었습니다.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골목길, 판 자와 전선이 늘어진 길을 걸으며 그곳 사람들의 생활 을 눈에 담고 또 마음에도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방 문한 ‘파사이’는 ‘무덤 위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그곳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무덤을 관리해 주며 그 위 에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방문한 곳 중 가장 열악했 던 그곳에서 주일학교 학생들은 저희 교사들이 파사 이로 떠나기 전 가졌던 여러 걱정을 단숨에 깨버렸습 니다. 서툰 영어로 인사를 나누며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아이들이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무덤 사이 커다란 나 무 그늘 아래서 허물 없이 친해져서 뛰어다니는 아이 들의 모습은 마치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에덴동 산’과 같았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하느님의 자 녀로 하느님의 품 안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었 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 자, 마음속에 뜨거운 것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몸과 마 음이 모두 지치는 상황 속에서 턱까지 차올랐던 부정 적인 감정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았습니다. 선교 여정의 주제 성구로 삼은 복음 말씀에서 제자 들은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고 예수님께 묻 습니다. 이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와서 보아 라.” 하십니다. 봉사 활동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 답을 청했고, 예수님께서는 이를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예수 님께서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도 함께 계셨습니다.

 

가끔 파사이에서 만난 아이들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그 여름 의 그리움을 표현합니다. 짧은 영어 문장이지만 우리 가 같은 마음을 공유하며 주님 안에서 일치한다는 것 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언어, 나이, 국적을 떠나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임을, 하느님께 서 사랑하는 자녀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