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松竹/김철이 2025. 5. 31. 12:07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40여 년 전, 당시로는 첨단 학문이었고, 취업이 100% 보장되는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여 나름 열심 히 공부를 해봤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한동안 방황한 적이 있었다. 소위 재수라는 것을 통해 다시 대학에 입 학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대학 안에서 전과라는 제 도를 이용하여 전공을 바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 공을 유지하면서 부전공 제도를 활용할 것인지를 고 민하다가 차마 재수나 전과할 용기는 나지 않아 취업 이 보장되는 컴퓨터공학 전공은 보험용으로 유지한 채, 부전공에 승부를 걸어볼 요량으로 언론사, 광고 및 홍보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신문방송학을 부전 공으로 선택했다.

 

논리적 사고능력을 배양하고, 컴퓨터에게 일시키는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컴퓨터공학과의 수업 과는 사뭇 다르게 신문방송학과 강의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신천지였다. 툭하면 오류 메시지를 내보내놓 고 더 이상 동작하지 않는 컴퓨터를 상대하는 프로그 래밍 수업은 당혹감을 넘어 공포를 느낄 정도였지만, 실제로 TV에서 봐왔던 뉴스 멘트와 광고 카피, 신문 기사를 소재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자신의 생각 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신문방송학과의 수업은 천국 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부전공으로 공부하는 필자와 신문방송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 간의 실력 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과연 저들과 경쟁하여 좋은 곳 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결국 부전공은 부전공으로 끝내고, 본연의 전 공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전공 공부를 계속 한 끝 에, 한 때 포기하려 했던 컴퓨터 분야의 교수로 34년 째 살아오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다가 필자 소속의 대학 홍보와 학생 선발 책임 자를 10년 넘게 맡은 것은 신문방송은 나의 길이 아니 라고 여겨 포기한 필자에게 있어 두 번째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대학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것은 의외로 어 렵다. 어떤 사안을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생 각이 구성원마다 다르고, 방법을 개발하는 것 또한 만 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대학 시절 광고 홍보학 담당교수님의 “홍보(PR : Public Relations)는 P할 것은 P하고, R릴 것은 R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떠 올리곤 했다. 이 하나의 원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가톨릭교회가 지정한 주님 승천 대축일이자 홍보 주일이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 다!”라는 주례사제의 말씀에 우리 모두가 “하느님, 감 사합니다!”로 화답하는 것은 주님 부활과 승천을 세상 에 널리 알리겠다는, 즉 홍보하겠다는 다짐이고, 이것 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속세에서는 P할 것도 있을 수 있겠으나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P하지 말고, 죄 다 R리자”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