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행복한 바보가 됩시다! | 이호봉 베드로 신부님(황성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5. 2. 25. 10:15

행복한 바보가 됩시다!

 

                                                이호봉 베드로 신부님(황성성당 주임)

 

 

지난 2월 16일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기일이었습니다. 생전에 추기경님 께서는 당신 자신을 ‘바보’라고 하시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 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이렇게 잘 살면서도, 그 사랑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니까, 난 ‘바보’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추기경님께서는 그렇게 자신 을 바보 같다고 고백하셨을까요? 어쩌면 하느님께서 더 바보인지도 모르 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배은망덕한 우리를 내치지 않으시고, 우리의 잘 못을 다 잊으시려고, 매일 매 순간 다시 시작하도록, 새로운 기회를 주시 니 말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이러한 하느님의 바보 같은 사랑을 우리도 따라 살 것을 요청합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합니다.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해 주고,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라고 하십니다. 뺨을 때리면 다른 뺨을 내밀고, 겉옷을 가져가면 속옷까지 내 어주고, 달라고 하면 누구에나 주고, 되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인 간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사랑은 진짜 바보가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사랑을 하신 분이 계시죠.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인 간이 되신 하느님께서 하셨습니다. 세상의 자녀가 아닌 빛의 자녀답게, 우 리도 그렇게 살라고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희망을 가져 봅니다. 비록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불가능이 없으신 예 수님과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을 것입니다. 그 많은 만남과 일들 안에서 신비롭게 작용하는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적인 요청을 용기 있게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 닮은 바보들이 되어봅시다. 그냥 바보가 아니라, 진정한 하 느님의 아들딸들로 변모해 가는, 참 행복한 바보들이 되어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