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철 바오로 신부님(전하성당 주임)
오늘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지 40일째 되는 날로 써 아기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 된 것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지금껏 많은 신자분과 면담을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받은 질문이 ‘주님께서는 언제쯤 제 기도를 들어 주실 것 같습니까?’라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다음이 ‘주님께 서는 제 기도만 들어 주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일정 부 분 이해가 되는 면도 있기는 합니다. 특히 삶의 역경을 겪고 있거나 병고의 아픔이 닥쳐왔을 때면 더더욱 그 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에 그 마음 을 이해해 주려 하고, 함께 아파하며 기도를 했던 기억 이 납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주님께 대한 좀 더 굳 건한 믿음과 확고한 의탁이 부족하고 주님의 사랑과 자비로우심을 기다리는 인내가 부족함에 못내 아쉬울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자칫 잘못하면 청원 기도나 예물 봉헌을 하는 것이 자기만족이나 자기보 상 혹은 세속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방편 혹은 수단으 로 여기게 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들이 믿는 신에게 바치고 신의 마음에 들 어 그에게 어떤 혜택을 준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청원 과 봉헌에 대한 잘못된 이해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봉 헌을 통하여 인간이 하느님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 라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우리 인간이 변화하는 데 있
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청원기도나 봉헌은 나의 능력 으로 하느님을 움직여 원의를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따르겠다는 겸손된 기도인 것 입니다. 그리고 그 봉헌에 따른 원의의 실현은 내가 원 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께서 허락하신 그때를 믿고 기 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이를 확실히 말해 주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을 것 이라는 약속을 믿고 기다려온 시메온 예언자를 통해 서도 알 수 있듯이 주님께서 하신 약속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믿어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정성 어린 봉헌의 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에게는 봉헌이 손해 보는 것 같이 느껴지고 바보처럼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참된 봉헌은 자 기만족과 성취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희생이며 자기를 내어줌으로 이미 주님께 받은 것을 되돌려 드 리는 비움임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대에 쓰일 초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정성 된 봉헌을 통하여 세상의 빛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 모두 자신을 녹이며 세상의 빛으로 타올 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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