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여러분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 박현웅 미카엘 신부님(평화동성당)

松竹/김철이 2025. 2. 1. 21:50

여러분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박현웅 미카엘 신부님(평화동성당)

 

 

세상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더 많 이….’ 라는 인간의 욕구를 충 족시키기 위해 더욱 빠르게 발 전하고 있습니다. 좋은 것이죠. 그런데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 을 못하는 어르신들을 봅니다. 한 때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지혜롭다는 말처럼 쓰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전된 세상에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무지와 부적응,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뿐이겠습니까? 세상의 발전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아주아주 부족한 인간으로 여기도록 만들고 있습니 다. 발전된 세상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리고 때론 가질 수 없는 내 현실을 자각하게 하여 인생을 실패한 것처럼 여기 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영상 콘텐츠들은 본 적도 없는 부자들의 삶을 보여주며, 부러워하게 하고, 그것이 진짜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를 그리고 나의 삶을 못난 것처럼 여기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세상은 발 전하는 데, 거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점점 소외되는 것 같습 니다.

 

본래 발전이란 우리의 부족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넌 부족해’, ‘넌 아직 모자라’, ‘더 나아갈 수 있어’, ‘더 잘할 수 있어’ ‘그래서 더 노력하도록…’. 다른 면으로 보면, 동기부 여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끊임없이 만족하지 못 하도록 만들고, 지금의 나로 머물면 뒤처지는 것이라고 말 합니다. 결국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데,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그 끝은 발전된 세상 앞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또 다른 키 오스크 앞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불행한가 봅니다. 부족함만을 바 라보도록 세상이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신적인 질병도, 폭력도, 자살도 어쩌면 나의 이러한 부족함에 깊이 빠져버 릴 때, 내 빈손이 커 보일 때 찾아오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 각도 듭니다.

 

역사 속에서 발전된 문명들이 어떻게 멸망해 버렸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런데 상상은 됩니다. 발전이 우리를 소외시키고, 무가치한 인간이 되도록 만들고… 못나고, 부 족하고, 쓸모없는 이라는 전염병을 인간에게 주입시키고 그 로 인해 미쳐버린 인간이 스스로를 그리고 모든 것을 없애 버렸을 것이라는….

 

봉헌은 그런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는 백신입니다. 봉헌 은 우리 자신을 부족하다 하지 않습니다. 봉헌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리고 또 가지고 있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 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지고 있지않은 우리에 게, 너희는 부족하다고,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 하지 않으시고,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십니다. 왜? 우리가 가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물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배고픈 데, 누구 배 를 채워주냐고…. 그런데 우리는 압니다. 내 배 채 우려는 삶 은… 늘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오히려 다른 이의 배를 채워주려 할 때, 어느덧 나도 배부르다는 사실을…

이것이 바로 삶의 신비이고, 신앙의 신비입니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오늘 아기 예수님은 성전에서 봉헌되셨습니다.

스스로 걷지도 못하고 스스로 말하지도 못하고 스스로 는 절대 생존 가능성이 없는 아기가 봉헌되어집니다. 그리 고 이 봉헌은 그 아기를 구세주로 키워냅니다. 봉헌은 부족 한 우리를 채워줍니다. 가득 담아 넘치도록 채워줍니다. 봉 헌은 우리를 의미 있는 존재로 깨닫게 해 줍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완벽한 작품입니다. 하느님은 여러분 을 필요로 하십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일을 하기에 충분 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합니 다.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분을 그리고 여러분들의 삶을 다 른 이들과 함께 나누십시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주님께 드 리는 봉헌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