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청소년 특집 | 삶을 헤쳐 나갈 힘

松竹/김철이 2024. 11. 28. 12:02

삶을 헤쳐 나갈 힘

 

 

패트릭 네스와 시본 도우드의 청소년 소설 《몬스터 콜스》의 주인공 코너는 외로운 아이입니다. 심각한 병 에 걸린 엄마는 치료에 치료를 거듭해도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몇 해 전 엄마와 이혼한 아빠 는 코너보다 새로 꾸린 가정이 더 중요한 것처럼 행동 합니다. 학교에서는 코너의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소 문이 퍼져 모두가 코너에게 거리를 둡니다. 유일하게 코너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코너를 괴롭히는 해리와 일당들뿐입니다. 코너는 매일 밤 악몽을 꿉니다. “아 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자기 손에서 손이 빠져나 가는 꿈.”(11쪽) 똑같이 반복되는 이 꿈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코너만의 어두운 비밀입니다.

 

그리고 어느 밤, 몬스터가 찾아옵니다. 거대한 주목 (주목과에 속한 상록 침엽 교목)의 모습으로 나타난 몬스터는 차례로 세 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몬스터가 들려 주는 이야기들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 엇이 옳은 선택인지, 무엇이 행복한 결말인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들은 코너를 더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몬스터는 말합니다. “이야기는 세상 무엇보다도 사나 운 것이다. 이야기는 쫓아오고 물고 붙잡는다.”(54쪽) 코너에게 네 번째 이야기를 스스로 말해야 한다고 하 는 몬스터는 코너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진실 이 코너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라는 것 역시 말입니 다. 엄마를 보내기 싫은 마음과 엄마가 떠나 지금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끝나기를 바라는 모순된 두 개의 생각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는 가슴 아픈 진실. 마침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 온 원망과 외로움을 터뜨 리면서, 그리하여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믿었던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게 되면서, 코너는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나, 떠나려는 엄마의 손을 평화롭게 놓아줄 수 있 게 됩니다.

 

‘사나운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이 많이 있 습니다. 원하지 않는 힘든 상황 속에 놓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들, 벗어나고 싶지만, 탈출구를 찾을 수 없 어 그저 힘없이 앉아만 있는 이들에게 각자가 가진 두 려운 진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진실을 편견 없이 들 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단 한 명이어도 괜찮습니다. 코너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몬스터가 찾아온 것처 럼 마음이 힘든 청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 먼저 귀를 열어준다면, 청소년은 용기 내어 진실을 마주하 고 자신을 옥죄었던 테두리 바깥으로 한 발짝 걸어 나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나운 이야기 속에서도 거침없이 삶을 헤쳐 나갈 힘을 얻게 되겠지 요. 내 안의 두려운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있는 청소년에게, 그리고 조용히 그들 곁에 있어 주는 어른 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