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혀만 남았다고?

松竹/김철이 2024. 11. 19. 12:02

혀만 남았다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제 이름 앞에는 ‘일타강사’라는 수식 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제 강의를 듣는 학생이 늘 어났고 그에 비례하여 수입도 늘게 되었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과분하게 받고 있다는 생각에 ‘기부’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전 기부를 해봤어야 알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성당 사무 실을 찾아갔습니다. 가톨릭과 관련된 기관에 기부하고 싶 다고 했더니, 그분은 무심히 “까리따스로 연락 한 번 해보 세요.”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저의 기부는 ‘까리따스알 코올회복센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알코올회복센터는 알코올 의존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곳인데 재정적인 문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아직 홀로 설 수 없는 이들이 거리로, 유혹 속으로 내몰릴 위기였던 거죠. 그런 상황에 마침 주님께서는 저를 그곳으로 보내주 신 겁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쓰일 수 있음에 기 부한 제가 오히려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보내셔서 간 것뿐인데 이후, 수녀님은 틈날 때마다 저에게 고마움을 전하셨습니다. 특히, 수도 원에서 만든 빵을 들고 사무실에 오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은 저의 성인을 언급하시면서 “안토니오 성인이 꼭 선 생님 같았어요.”라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때까지 저는 저의 성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 라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유아세례 때 어머니 께서 붙여주신 세례명이 ‘안토니오’일 뿐, 저에게 성인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저와 같았다니, 성 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인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도바 의 성 안토니오는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 고, 어찌나 설교를 잘했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이 구름처 럼 몰렸다고 합니다. 성인의 설교를 듣고 수많은 이단자 가 회개하여 ‘이단자들을 부수는 망치’, ‘황금 혀’라 불렸다 고요. 심지어 묻힌 지 30년 후에 시신이 발굴됐는데 오직 혀만 썩지 않고 남아있었고, 이 혀는 이탈리아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성당에 보존되어 있다는 겁니다.

 

‘뭐? 혀만 남았다고?’ 그 사실을 안 순간, 온몸에 소름 이 쫘악 돋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말로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며 사는 것도 성인의 도우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제가 전하는 것은 수 학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인을 닮아 제 혀에 주님의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담아야 ‘안토니오’ 라는 세례명을 쓸 자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인처 럼 혀만 남는 기적까지는 아니어도 혀를 함부로 쓰는 사 람은 아니어야 할 테니까요.

 

나중에 이탈리아 파도바에 가면, 꼭 한 번 성인의 혀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 혀가 성인의 혀를 닮아가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하고 싶거든요.

 

글·구성 서희정 마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