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에페 1,3).
장욱종 안토니오 신부님(함평 본당)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 이 런 말씀을 자주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부 에는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면 공부하고 싶어 도 못 한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실컷 놀고 지금 은 열심히 공부할 때다.”
요즈음 여러 가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청소 년들을 향해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 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다 좋아진단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다 거짓 말처럼 여겨집니다. 사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도 지금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 면, 공부는 고등학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 생 하는 것이었고, 어른이 될수록 책임감이 커 져 더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 다. 어쩌면 세상 안에 거짓이 많아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요?
함께 동반하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희 망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면 잘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보다는 분 명히 잘 되는 근거 있는 희망을 만들어가고 품 어 가는 과정이 참된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바로 주님입니 다.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 그 나 라에 대한 희망이 지금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됩 니다.
세상이라는 거짓된 희망이 아닌, 주님이라는 진짜 희망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더러 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 견하셨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명령을 하십니 다.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 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고, 신발은 신되 옷 도 두 벌을 껴입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많은 것 을 챙겨주어서 기쁜 소식을 잘 전달할 수 있도 록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주님께서는 제 자들에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니 이 해하기 참으로 어렵기까지 합니다. 더군다나 누 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제자가 아닙니까? 특히 악이 가득한 세상에 제자들을 보내는 것이 불안 하지 않으셨을까요?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것에 희망을 두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만 희망을 줄 수 있도 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세상의 것에 희망을 두고 세상의 것을 채우다 보면 주님의 자리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빈 마음을 당부하신 것입니다. 빈 마 음이 있어야 그 자리에 주님께서 사랑으로 채워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디에 희망을 두고 있을까요? 주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만이 희망 없는 세상 안에서 참된 희망을 품고 힘차게 이 세상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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