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아름답고 귀한 소리 | 문창규 베드로 신부님(청년청소년국장_(재)대구가톨릭청소년회 사무국장)

松竹/김철이 2024. 5. 25. 09:45

아름답고 귀한 소리

 

                                  문창규 베드로 신부님(청년청소년국장_(재)대구가톨릭청소년회 사무국장)

 

 

아름답고 귀한 소리

 

어느 본당의 저녁 미사를 집전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본당에 들어서자 몇몇 주일학교 아이들이 마당에서 떠들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고 있는지, 다른 아이는 왜 언성을 높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의 소리는 마당을 넘어 고해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 다. 고해성사에 방해될 법도 했지만, 그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騷音)이 아 니라, 사죄경처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아름답고 귀한 소리처럼 다 가왔습니다.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자 한국 교회가 정한 ‘청소 년 주일’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세계 어린이의 날’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날을 맞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초대하셨고 지금 만나 고 계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세계 어린이의 날’을 만든 목적을 “자라고 있 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남녀 청소년들의 소란스러움은 그들의 꿈 의 소리, 열정의 소리,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의 소리, 이 시 대의 불협화음을 음악으로 바꾸는 그들 역량의 소리입니다.”(2023.12.7) 라고 말씀하십니다.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51항은,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특징을 ‘인격적 친교를 이루는 동반자 사목’이라고 말합니다. ‘인격적 친교’는 성 령의 은총 안에서 성부와 성자께서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의 친교를 그 원천으로 삼고 있고, ‘동반자 사목’은 불안과 의심 속에서 엠 마오로 가는 제자와 함께 하시며 그들에게 복음이 되어 주셨던 부활하신 예수님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는 단순히 “주일학교에 아이들 이 몇 명이 참석했는가?”를 청소년 사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생각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청소년 사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주일학교 아 이들의 숫자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청소년의 복음화는 “청소년들 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인격적 대화를 나누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복 음의 힘으로 그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생활 방식 등을 변화시 켜 새롭게 하는 것.”(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25항 참조)이기 때 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 안 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랑이신 삼위일체의 신비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으시며 친교를 나누신 부활하신 예수님(루 카 24,13-35)의 모습을 따라,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며, 함께 걸어가는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간다면, 청소년 사목에 드리워져 있는 암울 한 전망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아이들의 소리를 소음(騷音)이 아닌 세상과 교회의 가장 아름답고 귀한 소리로 귀담아들으며, 청소년의 동반자로 덩실덩실 살아갈 수 있으 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