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랑하는 그대에게 | 김영호 비오 신부님(성소국장 겸 청소년사목국장)

松竹/김철이 2024. 5. 27. 10:01

사랑하는 그대에게,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를 청합니다

 

                                                                                        김영호 비오 신부님(성소국장 겸 청소년사목국장)

 

 

 

“ 신부님, 어떻게 하면 우리 본당을 살릴 수 있을까요?”

 

보좌신부 때의 일입니다. 고1 여학생이 학생회장으로 뽑혔고, 얼마 후 교구에 서 진행하는 회장단 연수에 보냈습니다. 돌아와서 제게 건넨 첫마디가 바로 이 말 이었습니다. 연수 때, 강의도 듣고 다른 본당 또래 회장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찬양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답니다. 그 기쁨을 혼자서만 느낄 것이 아니라, 무기력 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여학생의 눈망울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목의 기쁨 가운데 가장 큰 것, 바로 한 사람이 ‘그 리스도의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이지요.

 

2021년 발간된 「한국천주교 청소년사목 지침서」는 청소년사목의 목적을 이렇 게 전합니다. “청소년이 청소년의 복음화와 세상의 복음화의 주역이 되는 것”. 다 시 말해, 청소년은 사목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강력한 복음 선포의 주체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년 사목의 핵심 원리로 “동반자로서의 현존”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리교육은 학교 교육을 따라 교리지식을 많이 알고 외우는 형 태로 발전했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교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신앙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자꾸만 가르쳐서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제자는 스승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입이 아니라 스승의 삶에서 느껴지는 그 향기로 제자가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기도하기를 청합니다. 사랑받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를 청합니다. 돈 보스코 성인은 청소년을 ‘가르침의 대상’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하시면서 “교육은 마음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 로 다가서야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들과 만나다 보면 가끔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도 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청소년 사목은 그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관계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속마 음을 열어줍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마음의 일은 그렇게 더디게 흘러 갑니다.

 

사실 이 시대의 청소년 사목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 면 대부분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려 합니다. 교사들은 신부님 탓, 아이들 탓. 신부 님은 교구 탓, 교사들 탓, 아이들 탓. 신자들은 세상 탓. 이제 탓하는 마음 내려놓 고, 지금 이 순간 ‘나와 눈을 마주치는 청소년’을 아끼고 사랑해 주십시오. 단 한 명 이라도. 그것부터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