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어주는 삶 | 김지성 안토니오 신부님(교구청 주일학교 담당)

松竹/김철이 2024. 5. 28. 09:15

내어주는 삶

 

                                             김지성 안토니오 신부님(교구청 주일학교 담당) 

 

 

짤막한 영상을 별생각 없이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인상 깊은 인터뷰 장면을 봤습니다. 인터뷰 주인공은 식당 사장님(직업 두 개)입니다.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는데, 새벽 장사 때문에 이익을 많이 못 남긴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24시간 운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늦은 새벽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 늦은 새벽에 하루를 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 국밥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혜택 많이 받았었나 봅니다. 손해 그득한 새벽 장사는 그의 낭만이었습니다.

 

‘불이익을 감당하면서까지 낭만을 챙긴다? 직업이 두 개라서 가능한 걸까?’ 그 인터뷰에 여러 의도가 많이 녹아 있을 겁니다. 그 의도에 속아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아주 단순하게 그의 언행이 복음적으로 보이고 들렸습니다. 수익적인 불이익은 참기 힘든 고통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누군가에게 내어주고 있었고, 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배울 때, ‘관계’ 중심으로 배운 적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위격이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어떻게 온전히 한 본성의 하느님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자기를 다른 위격에 온전히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하기에 가능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온전히 내어주며 하나가 된 삼위일체 안에 나 또한 나를 온전히 내어주며 일치를 이룰 때, 그것이 구원이고 그것이 참 행복을 누리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삼위일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내어주기’는 참으로 중요한 개념이고 본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삼위일체 교리 수업 중 유일하게 기억하는 부분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초창기부터 삼위일체 교리를 믿는다고 고백해 왔습니다. 그 고백에 걸맞게 우리는 타인에게 내어주는 사랑을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당 안에서 모범적인 희생을 보여주시는 교우들, 혹은 사회적으로 큰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신앙에 응답하기 위한 소신뿐 아니라, 받았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이런 희생을 실현하노라고 대부분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내어주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는 태도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내어주는 삶을 위한 동기부여도 되고,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도 동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간혹 배고픈 젊은이들을 위해 음식값을 적게 받고 후하게 베푸는 사장님들도 있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내어주는 낭만을 제대로 알고 계신 분 들입니다. 이 낭만의 최절정에 계신 분은 당연히 삼위일체 하느님이십니다. 이처럼, 천주교인만의 낭만이 이런 내 어주는 모습 속에 구체화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거룩한 삼위일체 대축일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