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두 목숨 |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초전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3. 17. 09:37

두 목숨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초전성당 주임)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요한12,25)

 

우리가 영원을 살지 못하는 이상 영원한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할 도리는 없습니다. 영원히 살아야 그것이 증명이 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 양자의 여정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살아갈 뿐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현세의 삶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현세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살아야 합니다. 물론 그 충만의 뜻은 저마다 정하게 됩니다. 어차피 영원을 설정한 분이 없고 저마다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충만한 삶, 행복한 삶이 돈을 잔뜩 벌고 잔뜩 쓰는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마다가 설정한 신념과 가치관 속에서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 자체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의 마지막 운명은 모두 '허무'로 돌아가게 됩니다.

 

반면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신 분도 수용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그분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 그분이 우리에게 길이라고 보여주시는 것을 믿고 따릅니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 개개인이 욕구하고 원하는 것과 상반될지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신 분이 우리에게 영원 속에서 갚아 주실 것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생을 살아갑니다. 흔히 신앙을 가지면 마치 현세에서 도태되는 듯이 생각하지만 참된 신앙을 지닌 이는 거꾸로 가장 적극적으로 지상의 삶을 충실히 살아갑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한다는 말은 우리의 생을 하찮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라 밀알 하나치의 생명력에 집중하지 말고 그보다 큰 뜻에 우리를 내어 맡기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실행할 수 있도록 우리를 봉헌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이치 속에서 우리의 헌신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제 몫만 챙기려는 사람은 결국 제 몫을 잃게 되고 반대로 제 몫을 더 큰 분의 손에 맡기는 사람은 영원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간단한 계산법이지만 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