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慰靈聖月)
김철이 비안네
세상 모든
삶과 죽음을 관장자여!
은혜로운 이즈음
내 앞서 이승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세속에 머물러
앞길 닦는 육신들을 위해 기도하며
뒤서 죽어갈 내 죽음을 묵상하게 하소서
저물어 가는 가을
길 잃은 낙엽은 서릿바람에 갈팡질팡
이승과 저승 사이
자신만 위하며 산 넋들이 우왕좌왕
제 몫 다한
실과들 죄다 뿌리로 거듭 앉듯이
제 영혼 속에 생멸을 되새기게 하소서
춘삼월 꽃이 피고
가을철 꽃이 지듯이
인생도 늙어 황혼길 접어드니
산 자랑 물리치며
살아온 삶터에 죽을 자랑 늘어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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