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 나봉균 요셉 신부님(솔뫼성지 주임)

松竹/김철이 2023. 10. 15. 10:30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나봉균 요셉 신부님(솔뫼성지 주임)

 

 

내 마음 밭은 어떤 상태 입니까? 길? 돌밭? 가시 덤불? 좋은 땅? 그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성장 가능 성과 열매가 달라집니다. 마음 밭 상태가 그만큼 중 요합니다. 그런데 마음 밭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가라지는 얼마든지 함께 자랍니다. 교회 안에 의인 들뿐만 아니라 죄인들도 함께 공존한다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하나인데 구성원들은 부류가 다양합니다. 교회는 거룩한데 구성원들은 상태가 제각각 다릅니다. 교회 공동 체는 그렇게 온갖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사람이 전부 구원되기를 바라십 니다. 하지만 자유의지로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은 하느 님께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오늘 복음에서 처음 초대받았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물론 놀러 다니느라 초대에 응답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먹고살려고 밭일이나 장사하러 갔습니다. 그래서 인간적으로 보면 충분 히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말씀이 전달 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신앙이 우선이라고 단언하는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다른 그 어떤 일보다 우선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무엇이든 때가 있습니 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다음으로 미루다가 자칫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 니다. 분기점에서는 어느 한쪽 길만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 왔다.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이제 초대는 이스 라엘 백성뿐 아니라 이방 민족에게까지 확대되었습니 다. 한 사람이라도 더 초대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자비와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이제 하느님 나라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의 공짜 선물과도 같아졌습니다. 그럼 에도 최소한 혼인예복은 갖춰 입어야 한답니다. 그렇 다면 혼인예복을 갖춘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오늘 제2독서에서 그 단서를 발견합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나그네 여정인 이 세상 삶에 묶여있지 않은 사람만이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살면서 묶여있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야 신앙인입니다. 그것이 예복을 갖춘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