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하느님 백성의 삶: 잃어가는 신앙의 유산 | 성현상 스테파노 신부님(송학동성당)

松竹/김철이 2023. 10. 17. 16:15

하느님 백성의 삶: 잃어가는 신앙의 유산 

 

                                                                       성현상 스테파노 신부님(송학동성당)

 

 

학생 미사를 드리다 보면 학생 수가 유난히 적 은 주일이 있다. 다름 아닌 시험기간 때이다. 그리 고 이는 본당이 크고 작고를 떠나 대부분 본당에 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시험기간은 이제 학생들이 주일미사를 궐해도 되 는 자체 관면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 까? 간혹 “괜찮아, 성당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 마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 해야 할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어린 시절 주일은 정 말 주님의 날, 천주교의 안식일, 그래서 주님과 함 께 온전히 쉬는 날이었다고 한다. 부득이 주일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주일미사를 드린 후에 신부님께 찾아가 관면을 받고 일을 했다고 하니 지금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이건 또 어떤가? 올해 7월 젊은 부모를 대상으 로 본당에서 하루피정을 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자녀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가정이 있느냐는 물 음에 손을 든 가정은 스물두 가정 중에 단 두 가 정뿐이었다. 이제 가족이 모여 조과(아침기도)로 하 루를 시작하고, 만과(저녁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했 다는 어른들의 말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날이야 기가 되었다.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시대와는 무관하게 우리 가 받은 신앙의 유산을 전해주지 못해서일까? 분 명한 것은 신앙의 유산 중에 일부가 사라지고 있 다는 것이다.

 

신앙의 유산은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을 형성하 는 토대이다. 그러기에 하느님 백성이 신앙의 유산 을 잃으면 신앙의 자리는 흔들리고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은 무너진다. 이 는 첫 하느님 백성이라 할 수 있는 유다인들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북 이스라엘은 BC 722 년, 남 유다는 BC 586년 에 멸망한다. 이후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멸망 이 유가 하느님을 외면하고 계명을 저버렸기 때문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50여 년의 유배생 활 동안 지난날을 돌아보며 신앙의 유산을 소홀 히 한 과오를 반성한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 해 역사를 정리하고 구전되던 신앙의 유산을 성경 (모세오경)으로 경전 화 한다. 목적은 분명했다. 후 세들은 하느님을 뒤로하고 살지 않도록, 자신들이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잃지 않게 하려고, 마음 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할 만큼 소중한 신앙의 유산을 후대에 계속해서 물려주기 위함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신앙의 유산이 오 늘날 유다인들의 뿌리가 되었고, 이것이 그들의 정체성이 되었으며, 환란의 때에 자신들을 지켜내 는 힘이 되었다.

 

간혹 오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분들의 어린 시절 신앙생활을 듣다 보면 놀랍고 존경스럽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가졌던 신앙의 유 산이 오늘날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다. 아니 어떤 것들은 이미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역사가 왜곡되고 잊힐 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 앙의 유산을 잃은 하느님 백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답이 망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