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친교를 이루는 사람들 | 성당 주방에서 찾은 저의 하느님!

松竹/김철이 2023. 8. 22. 12:09

성당 주방에서 찾은 저의 하느님!

 

 

저의 신앙생활은 결혼을 위한 일종의 조건으로, 종교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의무적 으로 교리 수업을 듣고 미사에 참례하다 보니 어느새 영세는 받았지만 신앙심은 없는 소위 ‘무늬만 신앙인’이 었습니다. ‘의무’, ‘귀찮음’ 또는 ‘굳이..?(그간 없어도 잘 살았는데)’ 이 세 단어가 저의 신앙생활을 나타내는 전 부였고 종교가 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제게 신앙은 이마에 인호가 새겨져버린 상 태이기에 버릴 수도, 그렇다고 제대로 이어나갈 자신도 열정도 없는 그야말로 애물단지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런 날라리 신앙인으로 겨우 신앙을 이어오던 7년 차 어느 날, 큰 아이를 우연히 ‘주일학교’에 등록하게 되었 고, 나는 말만으로도 생경한 ‘자모회’란 곳에 자동으로 소속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단체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지도 몰랐지만 그곳에 모인 자모들의 표정과 눈빛만큼은 매우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고 있 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자모회장님의 다정하고 따뜻했던 그 눈빛은 지금도 잊 을 수 없습니다. 그 눈빛이 저를 이끌었던 것일까요? 그 이후로 저는 매주 아이와 함께 정말 열심히 성당에 나 왔습니다. 그저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매주 한 움큼씩 주어졌습니다. 딱딱하고 지루한 교리로서의 가르침이 아닌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 속에 서 사랑과 감사를 느끼는 신앙인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울고 불며 성당에 가기 싫다던 큰 아이는 성실히 복 사를 서는 청소년으로, 작은 아이는 첫 영성체를 앞두고 열심히 기도문을 외우는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자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제 아이들이 자모회 그리고 주일학교와 함께 보낸 7년은 저희 가족에게 올바른 신 앙의 뿌리를 내리게 해 준 너무나도 감사하고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신앙의 시작과 뿌리내림, 그리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은 저마다의 성향과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게 있어 그 시작은 자모회였고 주일학교였습니다. 또한 오늘의 제가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준 친교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고 사랑을 느낄 수도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 그 다정하고 따스했던 자모회장님의 눈빛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녹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눈빛이 좋아 제가 저의 하느님을 자모회에서 찾았듯, 저 또한 그런 따스한 눈빛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누군가를 하느님과의 친교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