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의 기도”
김경주(이시도르) 신부님(을지(육군 제12보병사단) 성당 주임)
여러분은 하느님께 기도할 때 보통 어떤 자세로 하게 되나요? 일반적이라면 아마 가장 편한 자세로 기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때 이거나 간절함이 가득할 때 여러분은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되나요?
몸이 불편한 경우가 아니라면 간절히 기도하게 될 때 자신도 모르게 몸이 숙여지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고개를 채 들지도 못한 채 기도하는 이들 이 많죠. 기도가 간절할 때 몸은 점점 낮아집니다.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철퍼덕 앉거나 무릎 꿇어 기도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어떤 이들은 제대 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하느님 앞에 그저 엎드려 애원할 때도 있죠.
간절한 기도를 바칠 때 낮아지는 나의 모습, 누 가 이렇게 기도하라고 알려준 것도 아닙니다. 그런 데 기도를 하다보면 너무 힘들거나 간절한 순간에 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주님 앞에 무릎 꿇게 되고 또 그저 엎드리게 됩니다. 굳이 내 가 하고자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되는 모습이죠.
예수님의 모습만 떠올려 봐도 그러합니다. 수난 전 땀이 핏방울이 될 만큼 간절히 기도하는 겟세마 니에서의 기도 때 예수님의 모습은 어떠했나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기도하셨다.’라고 합니다. 수난이 눈앞에 다가올 때, 그 가장 간절한 기도 때 예수님도 그렇게 엎드려 기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어떤 가나안 부인의 모습 도 그러합니다. 처음에 그 가나안 여자는 예수님께 다가오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계속 외칩니다. 처 음에 예수님께서는 그녀의 말에 응답하지 않으십니 다. 그러자 그녀는 예수님께 와서 엎드려 절하며 청 하게 됩니다. 연거푸 예수님께서는 청을 받아들이 려 하지 않지만, 그녀는 계속 청합니다. 자신을 자 녀보다 못한 강아지로, 그리고 그 빵을 주는 이를 주인으로까지 높이며 자신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 녀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하면서 그리고 겉모습 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마저도 철저하게 낮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는 그 가나안 여인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우리 눈에는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면 쉽게 들 어주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 지만, 하느님의 관점은 우리와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만큼 그렇게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맡기는, 낮아짐이 이루어질 때 주님은 우 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높여 주 십니다.
각자가 지닌 간절한 기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주님 앞에 나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때, 마치 엎드려 그렇게 땀이 핏방울 되는 그 순간에 체험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 에서 나의 삶을 주님 앞에 언제나 내어드린다면 우리 는 기도의 체험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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