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믿음과 구원 | 김영규 안셀모 신부님(울산대리구장)

松竹/김철이 2023. 8. 18. 10:02

믿음과 구원

 

                                                  김영규 안셀모 신부님(울산대리구장)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 시오.”(마태 15,22) “주님, 저를 도와주 십시오.”(마태 15,25)하고 딸의 치유를 간절히 청하는 가나안 부인에게 이 렇게 말씀하십니다. “자녀들의 빵 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마태 15,26)

 

도대체 예수님께서 이교인인 가 나안 여인에게 비유다인을 비하하 는 ‘개들’이라는 비속어까지 쓰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설마 예수님께 서 유다인만 하느님께서 구원하시 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은 결코 그런 분 이 아니신데 말입니다.

 

당연히 예수님께서 가나안 부인 을 경멸하고자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도 적으로 여인의 믿음의 진정성을 시 험하신 것입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자유로이 응답하며 순종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믿음 이란 하느님을 붙잡기 위해 지금까 지 붙들고 있는 ‘나의 것’을 놓아버 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인은 자 기 삶에 직접 개입하시는 살아계신 주님의 부르심에 꼭 붙들고 있던 ‘나의 것’을 버리고 응답했습니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 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우리는 이미 우리가 존재하도 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지 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도 록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예수 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 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 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고 말씀하시며, 지금 우리를 부르 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삶 에서 주님을 따르기 위해 방해되는 ‘나의 것’을 포기하거나, 포기하려 고 정말 애를 쓴다면 우리의 믿음은 그만큼 점점 커지고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 아계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더욱 깨닫게 되고, 주님 안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서는 우리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 신 구원자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 러나 그렇다고 구원이 누구에게나 저절로 보장되진 않습니다. “네 믿 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는 예수님 말씀처럼, 구원은 ‘나의 것’ 을 포기하려는 참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원하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는 하느님의 은혜 이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