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말고 딴 사람
김철이
어느 신부님이 혼자서 등산을 하다가
실족하는 바람에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신부님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용케 손을 뻗쳐 절벽 중간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를 움켜쥐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신부님은
절벽 위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위에 아무도 없습니까?"
한참 후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아! 염려 말라 내가 여기에 있노라!"
"누구십니까?"
"나는 하느님이다."
신부님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하느님, 저를 이 위험한 곳에서 구해 주시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좋다. 그러면 내게 순명하는 뜻에서
그 나뭇가지를 놓아라."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이걸 놓으면 떨어져 죽습니다."
"아니다. 네 믿음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그 나뭇가지를 놓아라!"
그러자 신부님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신부님이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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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하느님 말고 누구 딴사람 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