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도 별수 없는 슬라이스
김철이
신부가 한 매너 없는 신자와 함께 골프를 쳤다.
그 신자는 퍼팅이 벗어나면 온갖 욕설을 입에 담고,
러프에서 공을 예사로 옮기는가 하면, 타수를 속이기도 밥 먹듯이 했다.
게다가 신부가 스윙하거나 퍼팅을 할 때면 쓸데없이 참견해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이런 망나니인 줄 알았다면, 돈내기는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이었지만
신부는 체면에 화를 낼 수도 없었던 터라
꾹꾹 눌러 참으며 홀이 끝날 때마다 지갑을 열기에 바빴다.
나인 홀을 돌고 남은 돈을 헤아려 보던 신부는
"이거, 신부님께 기름값이라도 드려야 하는 건데"라며
지갑을 흔드는 신자의 모습에 인내력의 한계점에 다다랐다.
"언제나 저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저 더럽고 야비한 놈에게 제발 벼락을 내려주시어
골프가 신사들의 정의로운 스포츠임을 증명해 주시옵소서.
제가 돈을 잃었다고 올리는 기도는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
신심 깊은 신부의 '간절한' 기도가 끝나자,
과연 순식간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우르릉 쾅쾅···번쩍···쾅."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아찔한 벼락이 페어웨이로 떨어졌다.
그러나 정작 벼락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신자가 아니라
그 오른쪽에 서 있던 신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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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왈
"이런 또 슬라이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