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상
김철이
한 사내가 좋아하는 유부녀 집엘 가서 침실로 향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거 어쩌죠? 아마 우리 남편이 일찍 돌아왔나 봐요."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까?"
"우리 집이 1층이 아니고 11층이란 것 모르세요?“
남자는 그 말에 옷을 주섬주섬 입으려고 했다.
그러자 여자는 남자의 옷을 빼앗고는 온몸에 베이비오일을 바르고는
파우더를 칠해서 방구석에 서 있게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석고상 같았다.
"됐어요, 움직이면 안 돼요.“
남편이 들어왔다.
"이게 뭐지?"
"고등학교 동창생 영숙이네 집에 갔다가
침실에 있는 조각상이 하도 맘에 들어 하나 사 온 거예요."
"흠. 괜찮은데."
남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들 부부는 곧 잠을 청하러 침대로 갔다.
새벽녘에 남편이 일어나 목이 마른 지 부엌으로 나갔다.
남편이 물 한 잔 들고 들어와서 그 사내에게 건넸다.
"자, 이거라도 한 잔 드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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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마 전에 영숙씨네 침실에서 당신처럼 서 있는데
누가 물 한 잔 갖다주는 사람 없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