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은 안 돼
김철이
실력이 고만고만한 두 사람의 앙숙이 내기 골프에 열중하고 있었다.
파4의 미들 홀.
첫 번째 친구의 티 샷은 페어웨이 가운데로 떨어졌다.
돈을 제법 잃고 있던
두 번째 사나이는 멀리 보내려는 욕심이 앞서 미스 샷.
엄청난 슬라이스로 공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카트 길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울상이 된 사나이는 친구에게 간청했다.
"이봐, 아스팔트 위에서는 무벌타 드롭을 해도 되겠지?"
"무슨 소리야, 절대, 안돼. 벌타를 먹기 싫다면 그대로 놓고 치라고."
'적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새삼 만끽하며
첫 번째 사나이는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세컨 샷,
공을 그린에 올리고 친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카트 길 위의 친구는 연습 스윙을 되풀이할 따름이었다.
대여섯 번 아스팔트에 불꽃이 튀길 만큼 골프채를 찍어대던 그가 드디어 세컨 샷을 날렸다.
웬걸? 잘 맞은 공이 그린 위의 홀 컵에 1m도 안 되게 붙고 마는 게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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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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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야, 이거 대단한데. 도대체 몇 번으로 친 거야?"
"응, 자네 거 6번 아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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