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 헌 공
김철이
100을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비기너 골퍼가 새로운 결심을 했다.
라운딩 도중 공을 너무 많이 잃어버려 비용이 만만치 않자
가능하면 헌 공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워터 해저드가 넓게 자리 잡고 있는
14번 홀의 티 박스에서는 더더욱 헌 공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홀에서 물에 빠뜨린 공이 도대체 몇 개인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티 샷을 준비하던 그는 주저 없이 헌 공을 꺼내 들고 드라이버를 움켜잡았다.
어드레스를 하고 나서 막 백스윙을 하려고 할 때,
하늘에서 장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 공을 사용하도록 하여라!”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는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에 두려움을 느끼고는
새 공을 티에 올려놓았다.
새 공을 노려보며 스윙을 하려는 순간,
다시 하늘의 소리가 샷을 방해했다.
“잠깐, 연습 스윙을 해보아라.”
고개를 끄덕인 그는 한 걸음 물러나서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자신 있게 스윙을 해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체 없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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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쯧. 아서라. 그냥 헌 공으로 치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