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松竹/김철이 2021. 3. 20. 01:15

숲  

 

                          松竹 김철이  

 

 

심술궂은 시어머니

눈 밖의 며느리가 볼수록 언짢아서

변덕이 가마솥 죽 끓기라

여우비 이른 봄 임맞이 닮은 모습으로

어린 봄 숲에 내리누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나기 하소연이

허공을 새로 질러

구멍 난 물동이를 가출한 물방울들

모심는 농심으로 볍씨를 심어가듯

고목 숲 언저리에

명목 모를 줄을 잇더라

 

걸식으로 주린 배 채워갈 거지 신세

애써 면케 해준 그 은혜는 뒷전에 미뤄놓고

제 본분 잊은 채로

벼 이삭 이불 깔아 길게 누운 가을 허수아비

허황한 가슴 숲에 가랑비 처량하구나

 

무슨 사연 그리 많아

어제는 활짝 웃던 초겨울 높은 하늘이

오늘은 울고 싶어

제빛 표정 너부러지게

살 언 장미꽃 붉은 숲에

진눈깨비 희게도 내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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