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골프를
김철이
일생을 착하게 살아온 싱글 골퍼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날아온 그를 보고 입구를 지키던 수문장이 난감해했다.
아무리 명부를 살펴봐도 천당행인지 지옥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한참을 망설이던 수문장은 그에게 "착하게 살아온 것이 분명하니
특별히 천당과 지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라고 했다.
먼저 지옥부터 구경하고 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천당으로 향하라고 한 것.
지옥 구경을 온 골퍼를 마중 나온 사탄은 그를 어떻게 유혹할지 잘 알고 있었다.
별다른 욕심 없이 살아온 그였지만,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 즉
"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 놓고 골프를 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련만…"
하는 심정을 간파 했던 것이다.
사탄은 골프광을 지옥에 설치된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안내했다.
잔디가 융단처럼 깨끗하게 정리된 페어웨이와 아름드리나무가 어우러진 맑은 호수,
한껏 골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막힌 코스들….
특히 황금으로 도금한 골프 카트와 거기에 실려있는 티타늄 골프 세트를 보자
아찔한 전율마저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플레이를 해보겠다는 그에게
사탄은 지옥에 남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지옥 골프장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나?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골프광은 수문장에게 뛰어가 천당은 가볼 것도 없고
지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사탄과 함께 황금 골프 카트를 타고 첫 홀로 향하는 그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티 박스에서 티타늄 드라이버로 연습 스윙을 마친 뒤
황금으로 만든 티를 정성스레 꽂은 그는 사탄에게 골프공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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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대답은 "공은 천당에만 있어. 여긴 지옥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