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松竹/김철이 2020. 10. 9. 08:35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가 생각하는 악마의 모습은 예로부터 아주 잔인하고 포악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뿔도 달리고 그냥 보아도 지옥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런 악마가 사람을 괴롭히고 공포로 몰아넣는 것에 익숙한 우리입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이 악마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악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작 우리가 악마를 마주할 때 그 악마는 우리 눈에 자신이 괴롭히는 사람만 보여줍니다. 이상하게 행동하고 말을 하며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 사람에게서 우리는 악마가 아닌 그 사람의 행동에서 멀어지는 일을 보입니다. 

 

사람을 소외시키고 그 사람을 자신에게서 떨어지게 만드는 우리는 그것이 악마가 원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악마는 그렇게 사람을 소외시키고 괴롭히는 사람이든 그를 멀리하는 사람 모두를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떼어 놓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마귀를 쫓아내시고 황당한 일을 당하십니다. 당신이 마귀의 힘을 빌어 이 일을 한다고 이야기를 들으십니다. 마귀의 힘을 빌어 자신을 드러내고자 마귀를 쫓아내는 중이라고 예수님을 의심한 것입니다.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생각은 마귀가 아닌 사람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미워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이에게는 이렇게 해서 그를 밀어내고 부정하여 하느님의 사랑 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때로 사람이 마귀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것이 마귀가 노리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무서움으로 우리에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귀들렸던 사람을 괴롭혀 그들이 결국 정상으로 돌아와도 머물 곳을 없애버리려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이상하게 만들고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습니다. 곧 괴롭힘만이 아니라 사람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모두 자극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듭니다. 

 

마귀의 무서운 점은 사람의 약점을 잘 안다는 것이고, 별 노력 없이 한 쪽만 집중하면 다른 쪽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있어도 사람은 그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결국 믿지도 못하는 지경이 된다는 것을 악마가 아닌 사람이 예수님께 보여준 사건이 오늘의 일입니다. 

 

 

때로 '악마보다 사람이 더 나쁘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악마의 의도에 익숙해진 삶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주님께서 마주한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악마는 지금도 이런 일을 반복하고 우리는 또 그렇게 무너지고 맙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지혜를 구하는 것 이전에 사람을 결코 버리지 않는 사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