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松竹/김철이 2020. 8. 20. 09:07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Mn91tl9zNp8

 

 

하늘나라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과 또 다른 진실이 이어지는 한 주간의 복음입니다. 

 

부자 청년에서 비롯된 오해는 우리에게 하늘나라를 어렵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허기짐은 하늘나라마저 희망이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예수님은 그런 우리의 생각들을 바로 잡기 위해 포도원의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두시는 하느님은 그 나라의 문을 열고 마지막까지 우리를 찾아 나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에 관한 이런 진실은 우리에게 큰 기쁨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복음에는 그 나라에 초대받은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복음에서도 하늘나라는 열려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는 모두를 위해 차려진 잔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 잔치는 비어 있습니다. 초대받은 이들이 그 초대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 나라는 처음부터 목표로 설정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것이 더 소중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의 자각, 곧 우리는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느끼는 갈증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그것조차 하느님이 주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자신의 손에 쥔 것을 전혀 놓을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진짜 이유이고, 부자에게 힘든 그 나라의 문에 모두가 걸려 넘어지는 이유입니다. 손에 쥔 것이 적을 수록 쉽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그것조차 놓아 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사람들 모두를 꼼짝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밭과 장사가 더 중요했고 결국 하느님의 초대마저 거절하는 본심을 들켜버립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이 말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느님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 때문임을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채워지지 못한 우리의 거룩함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따로 세워둔 바로 자신 때문입니다. 그 자신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고 그 길을 가는 것으로 넘어설 수 있습니다. 이미 하늘에 닿은 듯 높은 자신을 극복하는 것은 인내심과 결단력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것과 방향 전환, 곧 회개로 가능합니다. 

 

선택된 이들은 바로 이 선택의 길로 들어선 이들입니다. 그러니 결정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