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iS4GYIxlggs
오늘 복음은 계명을 모두 다 지키고도 영원한 생명 앞에서 좌절했던 부자 청년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부자 청년의 뒷모습을 보시며 제자들에게 세상의 부자로 산다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 어떤 처지인지 이야기하십니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 내용을 강조하십니다.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은 하느님과 세상의 가치를 두고 사는 우리를 절망에 가까운 선택으로 몰아 넣으십니다. 우리는 거의 부자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는 부자로, 그리고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죽음 이후의 상황에서는 천국의 삶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 한계를 느낍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에게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분명 예수님은 부자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부자가 아닌 이들도 모두 이 말씀을 자신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알아듣습니다.
이 말씀은 부자가 아닌 이들에게 희망으로 들려야 하는데도 모두가 바늘구멍보다 어렵다고 하늘나라를 생각하는 것은 부자들의 영향이 아니라면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제자들이 놀란 마음을 대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예수님을 따라 나선 제자들은 그들의 선택이 어떠할지 묻게 되고 하느님께서 그 선택이 하늘나라로 연결되리라 이야기하시지만 오늘도 생각의 흐름이 그 말씀으로 넘어가기는 힘듭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겨운 삶의 이유를 부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아주 어린이들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런 세상에서 하늘나라는 매력적일 수 없습니다. 아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백배의 보상이 약속되고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사람을은 '이승'이 중요하고 그래서 부자가 되는 것이 일생의 목적이 됩니다. 선행도 신앙도 그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십자가 앞에서는 숭고한 이로 등을 지면 바로 삶의 지배자가 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바늘구멍은 사랑으로 자신을 잊은 이에게는 그냥 문일 뿐입니다. 하느님이 어디에나 계신 듯 하느님을 닮은 이에게 하늘나라의 문은 그냥 문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가진 것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에서 등을 돌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이 부자가 아닌 세상에서 예수님이 외면당하는 것이 이상하고 속상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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