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松竹/김철이 2020. 7. 24. 10:11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K2C88Ftsk-0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씨가 바람에 날려 길과 돌밭, 그리고 가시덤불로 뒤덮인 땅,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이 비유를 직접 풀어 주십니다.

 

길과 돌밭, 그리고 가시덤불 속의 흙은 모두 씨앗을 잃어버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좋은 땅과 같은 이에게 열리는 열매가 또 다시 농부에게 결실과 또 다른 씨앗을 돌려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땅과 돌밭, 그리고 가시덤불을 현실이라 말하고, 좋은 땅을 이 모든 것이 없는 지금 현재는 없는 것과 같은 상태로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말씀은 이 상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내려지기에 농부의 뜻은 당연히 모든 땅에 같은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다니는 땅으로 자신을 여기고 맙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과 세상의 관습이 같은 가치로 놓여 하느님의 말씀 조차 가치를 잃어버리고 다른 이에게 가는 것을 막지도 못합니다. 주님의 말씀에 기쁨을 가지고 긍정하는 이도 자신의 현실에 닥친 문제 앞에선 정도를 잃어버립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의 인생의 좌우명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쉬운 가시덤불의 사람들은 생각도 깊고 마음도 있지만 세상의 걱정과 재물이라는 자신을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결국 하느님의 뜻도 정의로움도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면 지킬 수 없는 것이 되어 갈림길에서 되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을 그럼에도 신앙이라는 말로 감추고 열심히 살아가는 듯 행동합니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은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만 가까운 이들은 그들에게 열매가 없음을 압니다. 

 

우리가 좋은 땅이 되지 못하는 것은 다져진 땅이 아니라면 그 말씀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자신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땅의 본분을 잊고 당장 자신 앞에 있는 것에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주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이방인인 것처럼 겸손을 말하고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곤 합니다. 

 

땅은 땅의 본분을 알려주시고 끊임 없이 씨앗을 포기하지 않고 뿌리시는 농부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그분의 햇살과 비의 의미를 아는 이라면 땅이 아닌척 하는 길과 같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씨앗을 놓치지 않는 땅이 좋은 땅입니다. 돌이든 가시덤불이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