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역사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사상의 역사를 대충 살펴보면 인간은 먼저 별다른 무리 없이 조화롭게 살아왔습니다. 오랜 기간을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왔습니다. 물론 서로 필요한 소통을 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있었겠지요. 그건 지혜에서 지혜에로 전해져 내려왔고 당연히 나이가 많고 속 깊고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그런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상'이라는 것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주장을 올바로 검증하는 문화가 생기고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고 생각되는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지요. 그리고 그렇게 모여진 생각은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갔습니다.
당연히 보다 '이성적'인 것이 주목받고 각광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논리와 이성이라는 체계 안에서 생각들을 정돈해 갔지요. 그러다가 '기독교'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과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지배적으로 작용해오던 이성을 바탕으로 하던 체계 안에서 소위 믿음의 학문, 곧 신학이 정립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아무리 올바른 사상과 생각이 있다고 해도 '죄'라는 것이 그것을 파괴하고 엉뚱한 결과물을 내어놓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오류에 물든 주류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하나의 중심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고유성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또한 이성을 통해서 실천적인 '과학'도 발달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지성이 이루어내는 결과물에 인간 스스로 감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중세를 벗어나 근세로 가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종교 안에서는 '종교개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존재했습니다. 주류의 문화 안에서 일어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각자가 주체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각자가 모두 '올바름'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고 근본적으로 진리가 여러 갈래가 될 수가 없기에 갈라서는 것 자체로 스스로 오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죄는 끊임없는 분리를 양산해 나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중심이 되는 가르침' 따위는 더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기독교 문화가 지배적이고 중심적인 사상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일어난 '세계대전'은 그 중심으로 이끌어가려는 사상에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현대는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나와서 사실상 모든 것을 산산조각내는 해체주의가 더 대두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어떤 것도 올바로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누가 아무리 합리적이고 올바른 소리를 해도 '꼰대'라고 해버리면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시대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고 모든 올바른 권위가 '억압'의 상징물로 도매급으로 넘어가 버리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회는, 즉 전능하신 하느님의 최고의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교회의 가르침은 세상에서는 더할나위 없는 고리타분함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 어떤 권위에도 종속되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세상이라는 힘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사람들 앞에 교회는 하느님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여전히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마음이 충실하건 흩어져 있건 우리는 용기를 잃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이 모든 일을 초월해서 세상을 바라보시면서 당신을 찾는 이에게 여전히 응답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그리스도를 위해서 헌신하고 지상의 생을 잃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사제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 수 있습니다.” (0) | 2020.07.25 |
---|---|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0) | 2020.07.24 |
QR로 듣는 교황님 말씀|우리를 통해 그분께서는 그렇게 행하십니다. (0) | 2020.07.22 |
“라뿌니!” (0) | 2020.07.22 |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0) | 202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