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松竹/김철이 2020. 7. 21. 02:47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Er3HnZSuq1Y

 

 

 

사제인 저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어머니와 누이가 있습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갈 때 세상과 단절된다는 느낌으로 교문을 들어섰지만 막상 신학생 시절과 사제 때의 생활에서 가족이 남이 되거나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언급할 때마다 혹은 어떤 일이 있을 때 가족이라도 오게 되면 모든 일에 가장 앞선 관계로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 어머니와 가족들이 당신을 찾아왔을 때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대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가족들은 자신들보다 우선하는 관계였고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가로막고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모든 상황을 가로막을 만큼 중요했던 셈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을 막아 버리십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없는 말을 꺼내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세우십니다. 그 소리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듣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누군가에겐 섭섭한 소리일 듯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감탄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당신이 여기 계신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신 것이고 그 이유로 집을 떠나왔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주어진 가족의 관계는 끊어질리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유도 그 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선언은 당신이 세상 안에서 해야 할 일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알고 실천하는 모든 이가 한 형제요 가족이 되게 하려는데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족은 늘어나는 개념이지 바뀌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가족은 근본을 찾아 깨닫고 살아가는 넓어지고 깊어가는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로 그날 예수님의 가족이 된 이들은 기뻤을 겁니다. 그리고 문밖에서 예수님을 찾아온 가족들도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겁니다. 기록되지 않은 성모님의 가슴 속에 기록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도 이 때 하나 더 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예수님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 그렇게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도 그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누이임을 기억하고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