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만약에

松竹/김철이 2020. 5. 1. 22:47

만약에


                  松竹 김철이

 

숱한 세월

생애 터전 일구려

생트집 같은 생애 도리깨질

수백 수천 차례

품 안에 거두어들인 건 쭉정이 몇 알 뿐

동고동락했던 허수아비 허공에 딴전을 피운다.

 

텅 빈 가슴

더 내어줄 것도 없는데

허기진 참새 떼 극성은

노을 진 가을 논두렁 채워가도

저녁 하늘

홀로 날 기러기 흘릴 눈물은 없더라

 

그래도 내겐 소중한 인생

김밥 한 줄 말 기력이 없어도

세상 소풍 함께 해줄

내 영혼 반 토막 곁에 있으니

몇 술 보리밥 먹고

썩은 방귀 뀔 궁리라도 해야지

 

만약에

하늘이 내게

하늘이 내게 한 생애 덤으로 빌려준다면

세상 구경 끝내고

내 고향 돌아가는 날

더불어 사랑하고

더불어 행복했던 세월에 고리대금 이자 붙여

한 생애 허락하신

내 임께 아낌없이 내어 드릴 텐데

 

'松竹일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쟁이  (0) 2020.05.16
무연분묘(無緣墳墓)  (0) 2020.05.08
몽상(夢想)  (0) 2020.04.27
신(新) 청산별곡(靑山別曲)  (0) 2020.04.24
인생노름  (0)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