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몽상(夢想)

松竹/김철이 2020. 4. 27. 14:31

몽상(夢想)


                     松竹 김철이

 

세월아 세상이 떠밀어도

너만 가거라

, 지게 목발 두들겨

청산에 쉬다 가련다

 

정월 초하루

설빔 차려입고

묶은 세금 다 거둘 심사인가

온 동네 두루 다녀

세뱃돈으로 채운 복주머니

다람쥐 볼 주머니 같더라

 

정월 대보름

복조리 받쳐 들고 문전걸식 웬 말이냐

부스럼 악귀 쫓아내려

개집 앞 쪼그려 앉아

나 한술 똥개 한술

얻어온 오곡밥 나눠 먹었네

 

팔월대보름

논두렁 쉼 없이 누벼준 누렁이 덕분에

햅쌀 햇과일 배 불리고

씨름판 강강술래 밤낮을 누볐지

 

동짓달 스무하루

동짓달 칼바람에 잘려 나간

낮의 길이만큼이나

기나긴 밤 추억 살이 되살리려

가마솥 새알심 팥물에 동동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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