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무연분묘(無緣墳墓)

松竹/김철이 2020. 5. 8. 17:39

무연분묘(無緣墳墓)


                              松竹 김철이


세월이 무상하게 흘러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던데

해명도 없듯이

허상의 기억 속에 지워진 것은

차라리 눈부신 현실

내려앉은 분묘(墳墓)

몇 줌 흙먼지로 돌아가

오욕(五慾)을 죄다 훌훌 털어버린 흔적일 테고


잡초만 무성하고

누우신 곳

그 어딘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은

어영부영 시간의 농간에 허비되는

세상만물(世上萬物)을 향한 공손한 예절일 텐데


천만년을 더 살고픈 욕망으로

죽어서도 미련 버리지 못해서

세워놓은 묘표(墓表)

검푸른 이끼 표면이 달고

자연이란 작명(作名)의 명예욕을 불려가니


인간사 이별이란

세상 그 어느 곳에 생존했던가?

제 고향 어딘지는 모르지만

갖은 잡초 벗하며 나고 자라서

돌보는 이 하나 없는

숲을 이루고 흙을 돋으며

세상 만물 본질(本質)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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