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松竹/김철이 2020. 3. 27. 20:45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강론 듣기 : https://youtu.be/XK4QAmcJOJg



이스라엘에 등장한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이스라엘 사람이지만 특출나지 않은 분. 소위 누구의 제자도 아니고 갈릴래아의, 나자렛에서 올라온 사람입니다. 그는 별로 배운 것 같지도 않고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도 아닙니다. 사제의 가문도 아니어서 성전에 가까운 이도 아닙니다. 그에 대해 알 것도 알려진 것도 없는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하느님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늘 죄인들 사이에서 희망을 말합니다. 그가 있는 곳에 있는 죄인들은 감히 하느님께 기도하려 하고 착해지겠다고 노력합니다. 그가 사람들을 동원해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그와 그의 사람들은 모두 위험하리만큼 함께 합니다. 


구세주의 존재는 수천년 동안 모두가 기다렸고 결국 오시리라는 것을 믿고 있지만 우리가 그려온 구세주는 심판하시는 분이고, 우리의 죄와 정의로움을 판단하실 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니고 있는 왕 위로 오셔야 하고 어떤 사제보다 거룩해야 하는 분입니다. 사제의 아들 세례자 요한조차 몸을 펴지 못할 권세를 지니신 분이시고 무죄한 분이오시리라고 이스라엘이 기다린 구세주입니다. 


그런 기준에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기준조차 채우지 못하신 분입니다. 죄인과 어울리는 이에게 무죄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요한조차 의문을 품었던 사람인 만큼 누구 위에서 위세를 떨치지도 않습니다. 갈릴래아와 예루살렘 어딘가로 늘 떠도는 사람이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이상한 능력이 있다고 하나 그것이 이스라엘에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예루살렘에 접근하는 것은 꺼림칙합니다. 그가 늘 하느님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안식일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사실을 접한 이후로 그는 하느님을 무시하는 이로도 보입니다. 회당에 가는 것은 분명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증거이지만 그가 안식일에 보이는 모습들은 나무랄 것은 없지만 분명 금지된 것들입니다.  



그분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분이 말하는 것은 틀림 없는 하느님의 진리이지만 그분의 행동은 본 적도 없고 행할 일도 아니었던 이들에게 그분은 참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사람. 도무지 나쁘지 않으나 그냥 두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이상한 분의 행동과 말이 우리에겐 진리입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것.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실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이 어색함에서 우리는 그들이 아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말부터 하고 행동으로 그 말을 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먼저인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우리의 부족함으로 우리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같은사랑의 진리를 따르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주님이 머무셨던 모든 곳에서 또 모든 일에서 실천으로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예루살렘으로 들어서신 주님. 죽음의 그늘진 곳에서도 당신의 일을 그치지 않는 주님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 보이는 것이 죽음이 아닌 하느님이 필요한 사람이었음이 더 좋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