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고해소에서...

松竹/김철이 2019. 12. 11. 15:35

고해소에서...


                                                               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본당의 판공이었습니다. 고해소의 자리를 차리며 얼마전 작은 화재가 난 유아실에 자리를 마련하고 내가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탄내와 천장을 덮고 있는 그을음... 떼어 놓았던 블라인드를 다시 설치하고 성당으로 연결된 창을 덮었습니다.


그곳에 작은 책상 하나를 놓고, 조금 편한 의자를 교우용으로 놓았습니다. 상은 작은 천 하나로 가려지고, 그곳에 십자가와 촛불이 놓였습니다.


불은 꺼지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더불어 밀려 들어오는 바람의 찬기운에 사람 하나의 존재를 느낍니다.


고백은 진지하게 때로 흐느낌으로 울리고 주님의 용서는 한결같이 아무렇지 않은 듯 그를 안아주십니다.


이미 고백의 내용에 훈화를 안고 오는 이들에게 건네줄 말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주님의 용서와 세상의 용서가 함께 선언되고 사람은 자리에서 떠남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순간에 일어나는 이 정화와 새로운 삶의 변화는 성체성사와 같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일어나는 살아있는 기적입니다. 무조건적인 용서가 사람을 무디게 만든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렇게 무심한 듯 밥통을 오가는 어머니의 손길이 우리를 이처럼 키워냈음을 그 스스로도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처럼 극적이 아니어서 더 극적일 때가 많습니다. 의심하고 지적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자리에 앉아본 이가 아니라면 그 불쾌한 생각을 자신을 위해서도 접는 것이 어떨까요?


불행히도 고해실은 즐겁고 유쾌한 자리이니 걱정하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