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침묵이 좋은 이유...

松竹/김철이 2019. 12. 6. 11:05

침묵이 좋은 이유...


                                                          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이제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 글이 끝나면 내일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오늘 생일이 지나갑니다.


유독 시끄러웠던 생일이었습니다. 괜히 들켜버린 듯 알려진 통에 케잌을 사러 가기도 하고 위에 올려진 촛불을 꺼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노랫소리에 박수까지 받아 보기도 한 생일이었습니다.


생일과 축일. 모두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날들입니다. 그리고 그 날 다른 어떤 날보다 열심히 살기를 바랍니다. 조용히. 그냥 잘 지나갔으면 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조카가 보내준 예쁜 케잌에 어머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쁜 조카들의 사진도 함께 했습니다. 전에 없던 책임감... 그리고 살아가는 하루과 시간에 무거운 공기를 느낍니다.


예수님에게 배운 것 중. 침묵이 있습니다.


저는 말이 많은 사람이고, 사람이 앞에 있으면 입부터 열어야 하는 이상한 증상까지 앓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예수님의 침묵을 좋아합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입을 닫으라고 하신 의미를 알아들은 때부터 그분이 사람을 사랑하고 우리의 인생을 우리보다 더 소중히 여기셨음을 알았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그것은 그 사람에게 소중함이 머물러 그가 세상을 행복하게 살고 그가 기쁘게 그 시간에 충실하게끔 하는 것임을 주님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시어 당신에 대해 말하지 않게 하심으로 지켜 주려 하셨습니다.


우리의 가벼움이 그분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우리 스스로를 무너지게 해 버렸지만 예수님은 늘 그 진심으로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그분이 주신 시간. 그 하늘 아래 더 열심히 무엇이라도 해 보려 살아간 수많은 생일 중 오늘은 처음부터 무너진 하루였습니다.


입을 다물어 주님이 주신 하루를 기쁘게 살고 그분처럼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누군가의 생일을 지내보려 합니다. 나는 실패했으나 그는 자신이 바라는 하루를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