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 제8화 소중한 생명의 하소연 -
김철이
동글이는 수나라 안에서 생활했을 때는 몰랐던 일들을 하나둘 알아가니 세상밖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들만 생기는 게 아니라 무섭고 두려운 일도 많고 생명을 지닌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마음속에 갖은 욕심도 살아 숨 쉬며 날로 자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동글이는 세상 구경을 마치고 물의 나라로 돌아가는 날이면 꼭 물방울 형제들과 함께 세상 밖으로 함께 나와 욕심을 지닌 생명체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 세상 뭇 생명체가 태어날 때처럼 아무런 욕심 없이 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어요.
동글이: “너희 몸이 어때서 그래?”
명태: “너도 참 딱하다. 눈 뻔히 뜨고 네 앞에 있는 우릴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동글이: “미안해. 내가 세상 물정에 눈이 어두워서 그래 이해해줘 그런데 너희와 폐유 사이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니?”
고등어: “암~ 있었고 말고 그것도 지독한 악연이지”
동글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얘기해 줄 수 있니?”
청어: “두 번 다시는 입에 올리기 싫지만, 네가 굳이 원한다면 해 주지”
맹어: “꿈이라 해도 두 번 다시는 꾸기 싫은 악몽 같은 일이었어.”
동글이: “너희 큰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일이었나 보구나.”
문어: “말도 마. 어휴!~”
광어: “그 날도 예전에 평화롭던 날처럼”
청어: “너른 바다에 잔잔한 평화가 파도치고 있었지!”
농어: “노을이 지고 해가 질 무렵이었어”
쥐치: “갑자기 어디선가 숨통을 조이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나질 않니”
낙지: “그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어. 큰일 났다. 기름때다. 하고 말이야.”
우럭: “그 날 이후 이 넓고 큰 바다엔 썩은 폐유 냄새가 진동했었지”
동글이: “그 폐유는 어디서 흘러들어왔는데?”
갈치: “어디긴 어디야 사람들이 다 사용하고 버릴 곳이 마땅치 않으니”
참치: “해 질 무렵 몰래 폐유 통을 배에다 싣고 와서 버려놓곤 달아난 거지”
삼치: “어디 그뿐이겠어”
꼴뚜기: “또 한 번은 외국에서 들어온 아주 큰 배에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꽁치: “바다에다 기름을 통째 쏟아 흘려보냈고”
갈치: “그 날 이후 한동안 그 숱한 기름때가 우리 온몸에 묻는 통에”
멸치: “몸에 기름 점이 생겨 온몸이 가려워 혼이 났었지”
숭어: “게다가 썩은 폐유 냄새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광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물고기들도 적지 않았고 말이야.”
도루묵: “그렇지만 세상엔 마음씨 고약한 사람만 사는 게 아닌가 봐”
동글이: “왜?”
동글이는 마음속으로 바닷고기들이 하는 말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바닷고기들이 몸서리치도록 싫어하는 기름때라는 걸 바라보니 동글이처럼 아래로 흘러갈 것만 같은데, 그렇다면 기름때도 물에 씻겨 내려가면 그만일 텐데 왜 저토록 겁을 내며 무서워할까! 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기름을 바다에다 쏟아 보낸 사람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욕하더니 이번엔 사람들을 감싸고 드니 바닷고기들의 왔다 갔다 하는 말에 종잡을 수 없었지만, 기왕 듣기 시작한 바닷고기들의 말이니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어요.
도루묵: “생각이 살아있는 몇몇 사람들은 기름띠를 걷어내려고”
꼴뚜기: “밤낮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
도루묵: “내 이름처럼 도루묵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야. 하하하”
망둥이: “물에서 태어나 평생을 물에서 생활하다 물로 돌아가는”
청어: “우리 물고기들에게만 물을 소중하게 여길 의무가 있는 게 아니라”
농어: “땅에서 살건 물에서 살건 세상 모든 생명체라면”
망둥이: “세상 누구나 생명수인 물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의무가 있지.”
꼴뚜기: “옳소! 역시 내 친구 망둥이가 최고야 최고!”
망둥이: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가 뛰지 않고 조용히 있을 수 없지. 하하하”
광어: “동글아! 세상이 열두 번 더 변하고 바뀌어도”
숭어: “너만은 절대 세상 갖은 똥물과는 섞이지 말아줘. 우리 모두의 부탁이야.”
맹어: “지금 시절은 초여름으로 가고 있지만,”
농어: “우리 마음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동지섣달이야.”
도루묵: “그러니까 동글이 너는 그 따뜻한 마음 식지 않길 바라”
청어: “그리고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체가 늘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살 수 있게”
우럭: “물의 나라 임금님께 세상을 깨끗한 물로 죄다 씻어달라고 전해줘.”
동글이: “걱정하지 마! 너희 부탁 잘 기억해 두었다 물의 나라 임금님께 꼭 전해줄게”
동글이는 세상 사람들의 힘에 눌려 한 번의 항의도 못 하고 억눌린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또 다른 무리의 바닷물고기들을 만나 힘겹고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접하며 가슴 따뜻하고 살아있는 온기를 느껴 마음이 뿌듯해 옴을 실감했어요.
바닷물고기들과 또 한 번의 아쉬운 이별을 한 동글이는 나쁜 환경에서도 얼굴 찌푸리지 않게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려 인간 힘을 다 쓰는 바닷물고기들의 모습에서 겉으로 표현도 못 한 채 속으로 우는 물고기들의 슬픈 심정을 볼 수 있었어요.
동글이가 물의 나라 웅덩이 밖으로 나와 처음 접한 생명체들은 사람들이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산 속에 숨어 사는 열매와 야생화 버섯들이었어요. 동글이는 주위가 낯설었던 탓에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어느 높고 깊은 산 위에서 내려오는 계곡에 앉아 어디론가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방울 형제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숲이 무성히 우거져 보는 눈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큰 바위틈에서 도란도란 속삭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어요. 한참이나 몰래 듣고 있던 동글이는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들을 수 없었던 나머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고들을 수가 없었어요.
동글이: “애! 너희 거기서 뭘 하니?”
아가목: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했네.”
돌배: “넌 누군데 남의 얘길 몰래 듣고 이렇게 무례를 범하는 거야.”
동글이: “놀라게 했담 미안해. 난 물의 나라 수나라에서 온 동글이야”
깊고 깊은 산 속에서 꼭꼭 숨어 생활하며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피하려고 갖은 애를 쓰던 야생 열매와 야생화 그리고 야생 버섯들이 왜 자꾸만 깊은 산 속으로 숨으려 하는 사연을 듣고 싶어 동글이는 야생 꽃과 열매 버섯들의 코밑으로 바싹 다가앉아 귀엽고 앙증맞은 입들로 소곤거리는 그들의 대화를 듣기를 청하였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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