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로 쓰는 편지
松竹/김철이
머지않아 퇴색되어 버릴 기억이라
못내 아쉽지만,
떠나갈 길이 너무 멀어
정표 한 장으로 마음을 접는다
엮어야 할 사연이 너무 많아
붓 한 자루 손에 든 채
먹물도 묻히지 못하고
가는 시절에 이별을 고한다
가는 세월 무정타 울지 말고
찾아오는 것에 대한 고개 숙여
순간적인 후회조차 말자더니
낙엽 위에 지고 말 역사를 적는다
사무치는 그리움 다 풀지 못해
한 줌 흙으로 돌아갈
단풍잎 바람에 실어
마지막 열정을 손수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