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쓰는 일기
- 松竹/김철이 -
먼 세월 속 인연이라
기억조차 희미해 떠오르지 않는 이,
문득 생각나
퇴색되어 버린 단풍잎 끝자락
무딘 붓끝을 적신다
행여 소식이나 전할까
멀어진 추억, 한데 불러 모아
늦은 모닥불 피워놓고
은행잎 고운 글씨로
빛바랜 사연을 적는다
우정 삼아 듣던 옛 팝송
소리도 없이 귓전에 맴돌고
그리운 시절 눈앞에 우두커니 앉았는데
엇갈린 벗들 손목 잡을 수 없으니
못내 아쉬워 한숨만 내쉰다
논두렁 허수아비 느긋하게 누워 쉬는데
세월은 급행열차를 탄듯하니
울어 되던 귀뚜라미마저 저만치 물러나 앉고
우표 한 장 부칠 수 없는 편지
눈물 어린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