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춘향
松竹/김철이
노을이 진다 하여
영원히 질까 보냐
샛노란 은행잎도 가을이면 다시 필 걸
춘삼월 따스함이 품속에 잠들 텐데
동녘에 해 뜨거든
네 인생 돌아보게
제 코가 석 자면서
남의 신세 참견일세
아침에 우는 파랑새
울고 싶어 운다더냐
바람에 흩날리는 솔가지 아플까 봐
푸른 창공 닮은 깃털 떨며 떨며 운다더라
십이월이 오면
누구도 쉬 찾지 않는 산기슭
둥지 잃은 바람 새만 섧게도 울더군
수로에 홀로 서면
수만 가지 단어는 천 리도 더 달아나고
수만 포기 잡초들만 철없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