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松竹/김철이
언제 또 만났었나
이처럼 은혜로운 모습들
눈이 부셔 뜰 수가 없구나
갖은 애환 다 겪으며
논두렁마다 맺혀진 결실,
오곡의 경연장이라도 된 듯
무르익는 시절의 환상곡을 듣는다
들녘마다 백과가 풍성
길을 걷던 나그네 혀 밑 군침이 솟고
갖은 나뭇가지마다 추억이 걸치니
덩달아 한 해의 가을이 잘도 여문다
어느 예술가 지어낸 듯
그리도 고울까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시귀가
영혼을 지배하여 오감에 절로 흐른다
옛 동산에 놀던 어릴 적 동무들
앞다투어 달려와 오늘에 뛰노니
풍요로운 마음이 배를 불려
미래에 다가올 한 해의 가을을
붓도 없이 대자연 도화지에 미리 그려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