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그 자리
- 松竹 / 김철이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흙 한 줌 움켜쥘
고사리 같은 손모가지 하나 남길 수 없건만,
눈에도 들지 않는
욕심 보따리 풀지 못해 억억되다 보니
고향 갈 길이 눈앞에 훤히 보이네
갖은 욕심 뱃속에 채워 채워봐야
들고 가지 못할 짐인 것을
뉘라서 두 번 죽으랴
길섶에 풀 한 포기 심을 기운 있거든
뒤 한번 돌아보소
세 치 혓바닥 놀려 상처 준 이 있거든
더 늦기 전에 풀어줌이 좋을 듯 싶구려
욕심 부려 무엇 하리
가져갈 갈 것 하나 없는 세상사
땅 한 평이면 족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