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천생연분

松竹/김철이 2014. 9. 25. 16:23

천생연분

 

                          - 松竹 / 김철이 -  


 

전생의 원수 연을

부부로 맺어주신 하늘의 큰 뜻은

세상 그 어느 향기보다 더 짙은 향으로

온 가슴 다 내어주라는 것이기에

나팔꽃 생을 닮아

늘 해를 그리며 살라는 것이 아니라, 또한

분꽃의 부끄러운 속잎처럼

늘 해를 등지라는 것이 아니라

낮길 해도 밤길 달도 늘 품에 안아

험한 세상 힘에 겨워 꺼이꺼이 울지라도

내 남편, 내 아내 곁에 있으니

검은 머리 서릿발 내려 추울지라도

허상뿐일 인간사

못내 아쉬워 이별하지 못할 적에

주름진 얼굴 천하절색 양귀비라 여겨줄 임이 있음에

멀고먼 저승길 마다않고 찾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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