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던 날에
松竹/김철이
어느 글쟁이의 연민(憐憫)에 찬
시야를 떠난 초점
옷 벗어가는 벚나무 가지에 걸친다.
가는 시절 아쉬워
절로 붙잡고 싶은 심정(心情) 가득히 담은 채
그 마음 어찌 알았는지
세상 풍파(世上風波) 다 겪을 적에
한 해의 가슴앓이 쌓아놓은 나뭇잎
감정 없는 붉은 눈물을 흘리더라
숱한 세파(世波)에 찌든 상처의 흔적인가
시들고 구멍 뚫린 자연의 미학(美學)
그 누가 쉬 깨달을지
돌아보면 피고 지는 의미조차 모르겠네
창밖에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방황하는 시선 속에
가지에 맺은 정 못 잊어
쓸쓸한 표정 감추지 못하는 벚나무 잎처럼
침묵이 흐르다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