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그들을 보라
옛 어르신들이 말씀하셨던 말세라는 시대가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가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조차 수시로 떠오를 만큼 지금 이 시대는 혼탁하고 어지럽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발걸음을 따라가려니 본성이 순하디 순한 사람 마음인들 어찌 온전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세상 사람들 마음 씀씀이 날이 갈수록 야박해지고 단 1초라도 더 빨리라는 생각 탓에 뒤는 돌아볼 줄 모른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장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현세에 사는 현대인들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도매금으로 다 함께 치부해 넘기고 싶진 않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마다 개인적 갖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야 생사가 어찌됐던 자기 하나만 잘 되고 잘 살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는 이기심뿐이고 들리는 소리마다 높아지고 으뜸이 되려고 아우성이고 발버둥치는 소리뿐이다. 충효사상(忠孝思想)과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조상 얼을 이어받은 우리나라 백의민족(白衣民族]) 가슴속에서 충효사상(忠孝思想)과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이 틈바구니에서도 세상의 한 점 빛이 되고 희망이 되고자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어 이 장을 빌려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이 걸어온 선행 행적을 몇 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은 그들이 걸어온 걸음에 행여 먹칠을 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숨길 순 없지만 그들의 삶이 혼탁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에 한 점 빛이 되고자 함이니 필자의 의도는 이들이 걸어온 선행적 발걸음을 독자들에게 소개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감동하고 할 수만 있다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재창출하기 위해 세상 사람 모두가 그들이 걷고 있는 길에 동행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갖은 음식을 요리할 때 간을 맞추고 맛을 내기 위해서 소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듯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삭막해져 가는 세상에 사람 사는 맛을 내는 한편 인간 본성의 향기를 전하려고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으로 봉사의 깃발을 든 이들이 개인 봉사단체인 소금꽃 회원 그들이다. 그들은 20여 년 전 몇몇 마음 맞는 회원들로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쉼 없이 줄곧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중증 장애우들을 선별하여 매월 한 번씩 바깥나들이를 시켜주는 희생적 봉사활동을 해 왔다. 아무리 살과 피를 나눈 부모 형제라 하여도 정규적으로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우의 손과 발이 되어 나들이를 시켜준다는 일처럼 쉽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싫은 내색 한번 보이지 않고 중증 장애우들의 손과 발이 되고 때로는 장애우들의 생각이 되어 어떡하면 좀 더 편하게 해줄까를 궁리하며 희생적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가정 형편이 남달리 윤택하거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들 하나같이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하고 싶고 자고 싶고 가고 싶은 욕망 재다 잠재운 채 봉사와 희생의 길로 나선 것이다.
그들과 나의 인연은 7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금꽃 창단 멤버이자 친분이 있는 교우를 통해 소금 꽃이라는 봉사단체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따뜻한 사랑에 힘입어 몇 차례 걸쳐 나들이하러 다녀온 바 있으며 이주 전 위 교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셋째 주 일요일 경주 나들이갈 예정인데 함께 가자는 것이었고 당일인 4월 17일 민성과 수영이라는 올해 26세 된 범띠 청년 둘이 소금꽃 꽃잎이 되어 4월의 꽃 바람에 실려 나의 영혼 속으로 날아들었다. 한참 청춘을 불사르고 싶을 나이에 봉사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이 지닌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봉사에 임하려는 모습이 보여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이 절로 들었다.
4월의 꽃이라 표현할 수 있는 벚꽃 꽃잎이 나비처럼 나풀거렸고 개나리 노란 꽃잎이 고속도로를 숨차게 내달리는 자동차들을 무수히 희롱하였다. 여행지인 경주에 도착하여 장애우와 봉사자로 구성된 다섯 팀과 함께 봄 내음 물씬 풍기는 풀밭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소금꽃 회원들이 각자 나누어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치고 경주 보문단지 관람을 나섰다. 보문단지 주위를 두루 관람하다 보니 한 저수지 물속에선 사람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며 노닐었으며 고기를 낚을 심사인지 세월을 낚을 심사인지 모르지만 한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바쁜 세상 끝에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접하는 듯하였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라고 손꼽혀도 아직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여 이동해야 하는 중증 장애우들이 자유로이 이동하여 보문단지를 관람하는데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소금꽃 회원들이 합심하여 장애우들의 몸을 담은 휠체어를 밀고 당기는가 하면 때로는 네 사람이 짝이 되어 장애우가 앉은 휠체어를 통째 들어서 이동하기도 하였다. 이번 나들이에 동행한 소금꽃 회원 중에는 남성뿐만 아니라 연약한 여성들이 반 수를 차지하고 있어 더욱 감사하고 대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 힘든 와중에 보문단지 관람을 무사히 마친 후 자동차로 이동하여 불국사로 향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기슭에 있는 불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1 교구본사(敎區本寺)의 하나로 그 경내(境內)는 2009년 12월 21일에 사적 제502호로 지정되었으며 1995년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록된 그 위용과 1500년 가까운 역사 나이에 걸맞게 모든 중생을 석가모니 자비로 품어 안는 듯하였다. 다보탑 석가탑 탑 돌 이를 하면서 소금꽃 꽃잎이 되어 내게로 날아든 민성과 수영은 나와 일심동체가 되어 흘러간 역사를 얘기하였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으로 공부하는 수영은 어린 철부지 시절부터 흘러간 옛 역사에 관심이 많아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글도 몇 편 쓴 바 있는 나와 오고 가는 대화가 잘 통했고 믿음직스러운 민성은 가끔 던지는 농담이 썰렁하면서도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제주가 있어 웃음씨앗에 비유할 수 있었다. 불국사 경내를 관람하는 동안 지방마다 차이가 나는 기온 탓인지 이제 만개한 벚꽃 꽃잎들이 불어오는 계절풍에 실려 마치 동지섣달 눈보라처럼 모처럼 스케치 겸 나들이 나온 문학도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뭇 길손이 많이 찾는 큰 사찰이라 손님을 맞을 손길이 부족했음인지 다람쥐 한 마리가 거대한 불국사 마당을 두루 뛰어다니며 갖은 재롱을 다 부렸다. 소금꽃 그들의 따뜻한 온정은 4월의 낙엽으로 불국사 너른 마당에 절로 쌓여갔다.
남을 위해 내어주는 삶을 실천하고자 발 벗고 나선 소금꽃 회원들, 그들은 분명히 이 시대의 등불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터 그들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기 위한다면 무수히 쏟아지는 만인(萬人)의 갈채(喝采)는 스스로 피해야 할 것이고 강풍처럼 휘몰아치는 꾸지람과 비난은 몸소 감수 인내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그 어떤 일이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제아무리 칭찬과 인정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그들 주변에 속해있는 극히 일부분의 사람에 불과할 테니까 그리고 세상 사람들 기억 속에서 그들이 행했던 순간적 선행을 금세 잊어버리고 말 것이며 촛불은 주위를 환하게 밝히면서 스스로 소멸시켜 가질 않는가? 기왕에 그들이 세상을 밝힐 촛불이 되기를 원했으니 그들의 삶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내어주고 되돌려받으려고 기대하지 않는 촛불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존재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존재도 소중하듯 그들의 마음을 내주었던 이들을 늘 소중한 재산으로 기억할 뿐 자랑도 교만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행의 행위는 금전이나 물질로는 계산할 수가 없음에 그러므로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가르침을 주셨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이 성경 속 이 말씀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사는데 이 말씀의 근본적인 뜻은 사람이 한평생을 산다 한들 천 년이고 만년이고 마냥 살 수 있는 생이 아니니만큼 현세에 사는 순간적 눈앞의 이익만 따지지 말고 내어주고 희생하는 삶을 살아 육신의 삶을 산 다음 세상에 현세에서 봉사하고 희생하며 내어주는 삶을 살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보화로 저축해 두었던 제물들로 영혼의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의 가르침이다.
이 세상 등불이 되고 촛불이 되어 어두운 곳을 애써 밝히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소금꽃 그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 있기를 소망하며 그들의 꽃잎 하나하나가 거센 눈바람에 시달려도 굴하지 않고 다시 피어나 그늘진 곳에 빛이 되고 가뭄이 들고 척박한 세상 대지에 토양이 되어주길 마음 모아 기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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