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배추가 김치가 되려면 다섯 번을 죽어야 한다던데…

松竹/김철이 2013. 2. 25. 01:42

배추가 김치가 되려면 다섯 번을 죽어야 한다던데…

 

 이 지구상에서 발을 땅에 딛고 머리를 하늘로 우러러 생을 이어가는 세계 인구가 70억시대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섰다. 남녀를 포함하여 매년 8000만 명의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지구촌 가족들이 걸어온 뒤안길을 돌아본다면 민족과 민족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을 제외하고도 거의 전세계 인구가 관심을 둬야 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참전해야 했으며 국가 이익과 정치적 계산으로 전쟁에 참전해야 했던 전쟁이 독일의 남쪽에 있는 동맹국인 오스트리아 헝거리 연합과 발칸반도의 소국인 세르비아가 장기간의 전쟁에 돌입하려는 시점에 놓여 있을 즘, 1914년 6월 28일 세르비아의 한 민족주의자가 오스트리아 헝거리 연합의 왕우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작을 암살하면서 전 유렵을 전화 속으로 몰고 갔던 전쟁이 제1차 세계전쟁이다. 1939년부터 1945년 6년 동안 계속되었던 제2차 세계 대전은 이들 파시즘 국가들이 서로 동맹을 맺고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대외 침략을 시도함으로써 발생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블록 경제권에 대하여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파시즘 세력이 일으킨 식민지 재편 전쟁이었다.

 

 이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누굴 위해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두 번 살 수 없는 소중한 목숨을 헌 신짝 버리듯 해야 했으며,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전쟁에 희생된 아까운 생명도 있는가 하면, 이 전쟁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아무리 세상 인간사에서 대사(大事)를 위해서는 소사(小事)를 희생시켜야 하며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파급(波及) 또한 감수해야 한다지만, 그 시대에 그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생명과 평생 모은 재산을 송두리째 잃어버려야 하는지 그리고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는다는 우리나라 옛 속담처럼 강대국을 이웃하고 산다는 이유로 힘없고 국력이 빈약한 소수민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갖은 고통과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주변국들도 수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고 치러야 했겠지만, 이 제2차 세계대전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니였나 싶다.

 

 세계열강(列强)들의 식민지 쟁탈전의 일환으로 순하디 순한 백의민족을 자기네 나라의 속국 즉, 노예로 삼기 위해 우리나라를 자기네 식민지로 삼겠다는 꿍심을 먹게 된 일제는 백의민족의 얼과 혼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고, 잔인무도하게 한 나라의 국모를 시해(弑害)했는가 하면 결국엔 같은 얼과 혼을 지닌 형제를 원수로 만들어 형과 아우의 가슴에 총칼을 겨누게 했던 장본인이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일제강정기가 남겨준 잔해 탓에 반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삼천리금수강산 가운데 휴전선이라는 녹슨 철조망 하나를 놓고 같은 피를 나눈 혈육들끼리 못잡아먹어 으르렁 되는 실정이 아닌가 말이다.

 

 핑계야 수천 가지 수만 가지도 더 되겠지만, 지구촌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분쟁들이 욕심도 욕심이겠지만 결론적으로 따져보면 자기 자신을 죽이지 못해 일어난 사건 중 하나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 인간들이 참 이기적이라는 느낌이다. 세상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간다고 예상했을 때 한 사람의 생명을 본존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이 죽어야 하는지 돌이켜 되새김질해 보면 대자연이 부여해준 해택은 단어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감사해야 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 이어주는 각종 곡식과 채소류가 그러하고 바다와 강, 산과 들, 심지어 가축들과 농장에서 기르는 짐승들마저도 사람을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평생 몇 차례나 죽어주었을까… 어릴 적 어머니께서 대자연이 사람들에게 부여해준 혜택에 대한 감사거리를 우리 형제들 뇌리에 새겨주시며 하셨던 말씀이 대자연을 접할 때마다 새록새록 되살아나는데 사람이 티끌만한 죄도 짓지 않으려면 먹지도 입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는 게 원칙이고 먹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 말씀을 예로 든다면 고기찌개를 해먹는다 해도 김치는 기본 재료이고 갖은 양념을 비롯한 돼지고기 한 근이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당사자의 손이 피를 묻혀 직접 죽이진 않았다 하더라도 먼저 돼지를 간접적으로 살생한 격이고 갖은 양념도 분명히 생명을 지녔던 것이기에 김치찌개에 첨가한 갖은 양념에 간접 살인을 저질렀다 하여도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먹어야 사는 생명이고 먹을 수밖에 없는 생인데 풀이라서 이슬을 먹고살 것이며 흙이라서 빗물을 받아먹고 살겠느냐는 반문이 날아들지도 모르겠지만,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먹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주, 부식 중 대자연이 내려준 것이 아닌 것이 단 한가지도 없는지라 우리 인간은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대자연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지구상에 생명을 지닌 동, 식물 중 인간만큼 이기적이고 잔인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백수(百獸)의 왕이라 일 컸는 사자도 자신이 애써 잡아 먹던 먹이를 배가 부르면 동료에게 내어주고 미물(微物)같은 존재이며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도 배가 차면 먹던 먹이를 두고 미련없이 발길을 돌리는데 유독 만물지령(萬物之靈)인 사람만은 그렇지 못하고 배가 부르면 부를수록 많이 가졌으면 많이 가질수록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과다한 욕심을 부린다. 몇 년 전 지나친 욕심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본능 탓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많은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듯 곰의 쓸개즙이 사람 건강에 좋다 하여 살아 있은 곰을 꼼짝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어놓고 곰의 옆구리에 빨대를 꽂아 곰의 쓸개즙을 빨아대는 물지각한 행위가 TY 화면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바 있는데 이처럼 자신은 건강한 육신으로 장수하고 싶고 다른 생명체야 자신의 건강과 장수의 제물이 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도둑놈 심보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같은 사람으로서 묻고싶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래로는 전혀 볼 줄 모르고 위로만 보려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욕심 때문이고 자신은 죽일 줄도 굽힐 줄도 모르면서 상대방만 죽이려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이 하나이면 자신의 허물은 열이나 되는 걸 보지도 못한 채 사람들이 대자연에 받는 교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특히 한국인들과는 뗄 여야 뗄 수 없고 끼니마다 밥상에 오르는 배추김치에 숨은 교훈만 가끔 되새김질하여도 이 사회가 극도의 이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배추가 김치로 태어나기까지는 다섯 번을 죽어야 하는데 이 교훈을 가슴깊이 새겨 생활하는 이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배추가 첫 번째 죽는 건 밭에서 뿌리를 뽑아 낼 때이다. 두 번째의 죽음을 맞을 때는 짜디짠 소금물에 절여 본래 배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축 늘어져 있을 때이다. 세 번째 죽음은 온 포기 배추를 젓갈과 고추가루에 버무리기 전 먹기 좋게 칼로 자를 때이다. 네 번째 죽음은 고추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과 버무려 독에 넣어 저장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죽음을 맞이할 때는 식탁에 올라 사람의 입과 내장을 거쳐 사람의 배설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이다. 이와 같이 하찮게 여기는 배추 한 포기에 숨은 교훈만 하여도 우리 인간들에게 무한한 가르침을 주는데도 우리는 정녕 이 교훈을 애써 외면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기울여 자신을 죽여가는 연습을 더도 덜도 말고 하루에 세 번씩만 해준다면 우리가 몸 붙여 사는 이 사회가 좀 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를 맞이하여 대자연의 슬하에서 함께 숨 쉬며 생활하는 존재에 대하여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 사람에게 주는 교훈과 메세지를 세심한 관찰력으로 살펴 가슴에 새길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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