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이제 막 한 해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갈 가마솥 삼복더위를 아쉬워하는 듯한 몇 마리 모기란 놈이 팔뚝에다 일침을 가하고 달아나 팔뚝이 몹시 가려워 눈을 뜨니 단칸방 좁은 공간 안에서는 주인이 깊은 잠에 빠진 틈을 타서 갖가지 다른 생김새의 시계들 삼중창이 화음도 맞지 않은 채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주인을 더위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모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밤새 불침번 서던 전자 모기향 겸용 선풍기는 화음도 맞지 않는 시계들의 삼중창이 듣기 싫기라도 하다는 듯 윙윙 대며 돌고 있었다.
고이 잠든 창을 가볍게 흔드는, 이제 막 가을이 온다고 가을을 재촉하는 가늘게 내리는 작은 빗줄기 노크소리 옆에 누워 곤히 자는 아내의 가는 숨소리, 부엌문 밖에 거칠게 들려오는 옆방 할머니들의 진한 경상도 사투리가 열어놓은 부엌 쪽 창을 넘나들다 부족했던지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단칸방 안방으로 뛰어들어 세상천지 모르게 자고 있던 아내의 단잠마저 흔적없는 손길로 흔들어 깨워놓았다.
집과 집 사이 골목에서 들려오는 참새들의 하모니는 철없던 시절 추억을 되살려 주고 어디를 그리도 급히 가는 것일까? 일방통행 아스팔트 도로 위를 쉼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 소음들, 너 잘 났으면 나도 잘났다는 듯 길게 이어진 자동차 행렬을 가로막고 끝없는 철길 사랑 위로 달려가는 열차의 큰 굉음이 모든 모습과 소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갈 내 하루의 삶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동고동락하여 내 인생 한 장의 역사를 기록하며 살아갈 것이지만, 난 이들을 위해 하루 역사의 장 속 위에 무엇을 해 주었고 또 무엇을 해 줄 수 있다는 말을 쓸 수 있을까? 를 곰곰이 생각게 한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솔직해지라고 반문한다면. 난 솔직히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나 역시 이 세상의 한 일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향해 쉼 없이 질주해 나아갈 것이다.
하루에 아침이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며 하루의 행(幸)과 불행(不幸)은 매일 아침이 좌우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있어 하루는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必需) 불가분(不可分)의 존재라는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루는 더없이 소중하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한평생을 놓고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 마라톤 역시 한 걸음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 백 년(人生百年) 길고 긴 여정을 걷다 보면 갠 날도 있겠지만, 흐린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갠 날만 아침이 오고 흐린 날엔 아침이 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아침이 오면 저녁도 온다는 것인데, 이 원리는 인생에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원리는 사람이 태어날 때와 돌아갈 때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귀하고 소중한 하루를 매일 맞이하면서 하루의 소중함을 생에 단 한 번이라도 표현해 봤다면 그 인생은 감사함을 아는 이고,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잘 사는 사람은 평생을 요령껏 잘 살 수 있을 것이며 하루를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한 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라 하여 무심히 맞이할 것이 아니라 더 낳은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생명을 지닌 생명체라면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하면 하루를 더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하루 동안 실천할 실천상황을 꾸준히 풀어 나아가며 생활함이 소중한 아침을 맞았으니 귀중한 저녁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그리 길지 않은 한평생을 살면서 아무런 미련없이 버려야 할 것도 많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할 일들도 많은데 수시로 나태해지고 게을러져 가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뜻에서 실천상황 몇 가지를 가슴에 새기려 한다.
그중 첫 번째로 하루에 한 번씩 나 아닌 타인에게 칭찬해 주는 습관을 길러 나아가자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은 아무리 해도 과하지 않는 법이다.
두 번째 하루에 한 번씩은 억지로라도 하더라도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에도 진심으로 축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 하여도 절로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세 번째 하루에 한 가지씩 재미있는 유머로 자신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들을 웃게 한다면 상대는 생에 부여받은 하루를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단 몇 마디 언어로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장본인 역시 하루를 뿌듯한 보람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하루에 한 번 이상 작고 큰 것 가리지 말고 성을 다해 한 가지 이상 선을 행하라는 것이다. 선을 행하는 습성을 기르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선을 행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움켜쥐는 삶이 아니라 내어주고 베푸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의 영혼 속에 자리 잡은 좋지 못한 행습이나 악습을 버린다면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사람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인품의 소유자가 될 것이며 어느 사회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회생활을 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하루에 열 번 이상 웃는 것은 물론 백자 이상 글을 쓰고 천자 이상의 책을 읽을 것이며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걸으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 누구나 착각 속에 빠지기 쉬운 것이 이 점일 것이다. 작게는 부모님께서 낳아주시고 길러주셨으니 내 몸이라 하여도 나의 몸이 아닐 터,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 자식들은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은 걸로 아는지 간혹 막말하곤 한다. 그러니만큼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영(靈)과 육(肉)이 늘 건강할 수 있도록 몸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사람이 평생을 무단히 해야 할 작업이지만, 자기 자신을 죽이는 작업을 하루에 한 번씩은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를 내세우기보다 너를 내세우라는 것이다. 남을 짓밟고 서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는 세상에 성인군자(聖人君子) 같은 소리 한다고 핀잔주는 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성인군자라 하여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성인군자의 딱지를 붙이고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죽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어느 사이 자신이 성인군자 반열에 올라 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덟 번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한다는 단어를 필히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사용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내자는 물론 손위나 손아래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루를 넘기지 않고 사용한다면 세상 뭇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수련을 쉴 새 없이 한다면 하루의 아침을 복되게 맞이하여 생활했으니 저녁도 복된 저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하루뿐이라 여기며 산다면 충실한 생을 절로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충실한 생을 쟁취하기 위해 집중하는 삶을 추구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