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생명을 살립시다./연중 제16주일(박창균 신부)
지난 6월 29일에 비상의약품을 조금 싣고서 개성에 다녀왔습니다. 양으로는 얼마가 되지를 않았지만 북쪽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비속에서 그 의약품들을 봉동역에 내려놓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주변의 논에 제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제비였습니다. 아직도 제비가 잡아먹을 벌레들이 살아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또한 벌레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땅이 살아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16회 째를 맞이하는 농민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농민은 생명을 살리는 주인공들입니다. 그런 농민들이 몰락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니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제대로 된 농민들은 이미 몰락해 버렸습니다. 농민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 상황으로 내팽개쳐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자녀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돈이 되는 농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비닐하우스를 짓고,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제초제와 화학비료를 뿌려대면서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하여 온갖 좋은 것을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보양식품을 먹고, 건강식품을 찾고, 심지어는 물까지도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합니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유기농을 찾아서 비싼 것을 즐기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농약과 방부제와 살충제 투성이라 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싼 것을 찾아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도 그들의 생명의 귀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톨릭 농민회는 함께 살아가는,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땅을 살리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을 살리고, 그것을 통하여 사람을 살리는 농업을 위하여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에게 그 생명을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주교회의에서 인정해 주시고 농민주일을 제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농민들은 이 땅의 생명을 위하여 지금과 같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소비자들도 우리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하여 제비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2011년 농민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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