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의정부] 가서 가라지들을 뽑아 버릴까요?

松竹/김철이 2011. 7. 16. 07:09

[의정부] 가서 가라지들을 뽑아 버릴까요?/연중 제16주일(김영남 신부)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이 되면 농사짓는 분들은 잡초와 전쟁을 하다시피 합니다. 특히 어떻게든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시려는 분들의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이러한 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잡초’의 일종인 ‘가라지’에 관한 비유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런데 비유에 나오는 집주인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가 잡초를 뽑으려는 종들을 만류하기 때문입니다. 밀밭에 가라지들도 자라난 것을 발견하고는, “가서 가라지들을 뽑아 버릴까요?”라고 묻는 종들에게 집주인은 놀랍게도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이 짧은 비유는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 박혀있는 한 가지 경향을 반성하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반대자들을 성
급하게 단죄하고, 때때로 그들을 제외시키거나 제거하려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이런 경향에 비추어 보면, 당장 가서 가라지들을 뽑아버리려고 하는 종들의 태도가 이해가 될 뿐 아니라, 마음에 쏙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우리를 악으로 끌고 들어가는 유혹입니다. 오늘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분명히 가르치십니다. “아
니다. …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여기서 ‘수확’은 심판을 뜻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말씀처럼,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심판 때까지 우리 각자에게 ‘좋은 밀밭’이 될 시간을 주십니다. 즉, 회개할 시간을 주십니다.

다른 한편, 우리는 각자 자신 안에 하느님께서 뿌려 놓으신 좋은 씨앗을 찾아내고 그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안에서도 먼저 가라지를 발견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 안에 하느님께서 뿌려 놓으신 좋은 씨앗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씨앗이 그들 안에서 잘 자라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겠습니다. 단죄하고, 심판을 내리는 것이 우리의 우선적 사명은 아닙니다. 우리의 우선적 사명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를 심판하실 분이 죄에 물든 우리 인간들이 아니라, 바로 정의와 사랑의 하느님이시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농민주일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 흘려 일하시는 농민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참조: “가라지: 볏과의 한해살이풀. 줄기와 잎은 조와 비슷하고 이삭은 강아지풀과 비슷하다. 밭에서 자란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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